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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발견된 수채화 작가는 스콧 탐사대의 윌슨 박사

남극에서 발견된 수채화 작가는 스콧 탐사대의 윌슨 박사

임병선 기자
입력 2017-06-13 11:51
업데이트 2017-06-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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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비운을 맞았던 로버트 스콧 탐사대의 일원이었던 에드워드 윌슨 박사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수채화 작품. 남극 헤리티지 트러스트 제공
1912년 비운을 맞았던 로버트 스콧 탐사대의 일원이었던 에드워드 윌슨 박사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수채화 작품.
남극 헤리티지 트러스트 제공


남극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에서 발견된 아름다운 수채화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리게 됐다.

죽은 새를 그린 이 수채화는 노르웨이 탐사대가 1899년 남극의 아다레 곶에 지은 오두막 ‘트리 크리퍼(Tree Creeper·나무덩굴)’에서 곰팡이와 펭귄 배설물이 덕지덕지 묻은 종이더미 속에서 발견됐다. 이 오두막을 이용한 탐사대 중에는 1912년 남극점 정복 이후 돌아오는 길에 비참한 운명을 맞았던 로버트 팰컨 스콧 탐사대도 있었다.

스콧 탐사대원 중에는 영국 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 박사가 있었는데 남극 헤리티지 트러스트 문서 보존 책임자인 조세핀 베르크마르크 히메네스는 이 작품이 그의 것이라고 추정한다.

히메네스는 “발견하자마자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그 다음 보관함을 닫아버렸다. 그림을 들고 밖으로 나왔는데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색채며 생동감이며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남아있다니”라고 말을 잇지 못한 뒤 “이 작품이 거기 있었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1899 트리 크리퍼’라고 제목을 붙였으며 이니셜 ‘T’를 함께 매겼다.

사실 이 작품은 지난해 발견됐지만 보존 담당자들이 두 오두막에 남아 있던 1500가지의 유품들을 모두 정리한 뒤에야 이번에 비로소 공개했다.

처음에 보존 담당자들은 작가를 특정하지 못하다가 히메네스가 윌슨 박사에 관한 강의에 참석해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보자마자 그가 작가란 사실을 눈치챘다.
남극 아다레 곶에 1899년 지어진 오두막 ‘트리 크리퍼’. 이곳에서 윌슨 박사의 수채화 작품이 발견됐다. 남극 헤리티지 트러스트 제공
남극 아다레 곶에 1899년 지어진 오두막 ‘트리 크리퍼’. 이곳에서 윌슨 박사의 수채화 작품이 발견됐다.
남극 헤리티지 트러스트 제공


히메네스는 “그의 특이한 손그림들을 봤다. 그가 트리 크리퍼를 그린 작가란 점을 알 수 있었다. (종이 더미 속의) 1911년 신문 기사 중에 그가 뉴질랜드를 거쳐 남극으로 향한 스콧 탐사대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윌슨 박사는 1872년 첼튼험에서 태어났는데 이곳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아트갤러리와 뮤지엄이 있어 그의 작품들이 영구 전시돼 있다. 시청 건물 밖에는 스콧 대장의 부인 캐슬린이 설계한 윌슨 박사의 청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런던 패딩턴의 초등학교 이름에도 그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남극 헤리티지 트러스트의 리지 믹은 윌슨 박사가 매우 기억할 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믹은 “윌슨 박사가 재능 있는 화가였을 뿐만 아니라 과학자이며 의학박사로 얼음으로 향하는 스콧에게 없어선 안될 참모였다”고 설명했다.

히메네스는 이 그림이 그렇게 오랫동안 잘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수채화는 빛에 민감한데 이 그림은 다른 종이 뭉치에 덮여 100년 넘게 보존에 가장 이상적인 암흑과 추위 속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그림이 어떻게 오두막에 남겨져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가 유럽에서 결핵 치료 후 요양하는 과정에 그렸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은 보존 절차를 마친 뒤 오두막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명작만은 크라이스트처치의 캔터베리 뮤지엄에서 전시됐다가 나중에 남극에로 옮겨질 예정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생전 에드워드 윌슨 박사의 한때.그는 1912년 스콧 탐사대에 참여해 아문젠 탐사대와 경쟁하며 남극점 정복에 성공한 뒤 돌아오는 길에 비운을 맞았다. 캔터베리 뮤지엄 제공
생전 에드워드 윌슨 박사의 한때.그는 1912년 스콧 탐사대에 참여해 아문젠 탐사대와 경쟁하며 남극점 정복에 성공한 뒤 돌아오는 길에 비운을 맞았다.
캔터베리 뮤지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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