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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여행기 1] 기나긴 여정, 사파 타운에서 머물렀던 시간

[사파 여행기 1] 기나긴 여정, 사파 타운에서 머물렀던 시간

임병선 기자
입력 2017-10-02 12:21
업데이트 2017-10-0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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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북서부 라오까이주의 사파에 다녀왔다. 지난달 20일 밤 비행기로 하노이에 날아가 같은 달 27일 새벽에 돌아왔다. 23일 사파의 토파스 에코롯지에서 열린 제5회 베트남산악마라톤(VMM)에 출전하는 한국인 20명과 함께 대회에 출전했다. 난생 처음 21㎞를 뛰어봤다. 평지에서 하는 하프마라톤도 아니고 구릉과 산악 지형을 뛰느라 무척 힘들었다. 4시간 5분 54초의 기록으로 447명의 완주자 가운데 127위를 차지했다. 흡족함도 느낄만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백팩을 맡기고 버스에 올랐어야 했는데 미숙함 때문에 그러지 못해 카메라와 아이패드, 전기 코드와 옷가지가 가득한 가방을 등에 지고 뛰는 바람에 그랬다.

한편 이번 여행 도중에 대회 전날인 22일에는 사파 타운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걸리는 반쾅 1 초등학교에 우리의 정성을 모아 지은 화장실 벽에 그림을 그려넣는 뜻깊은 행사도 있었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림을 그려넣는 값진 경험을 했다.

일반적인 배낭 여행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의미 있고 재미있는 경험을 한 여행이었다. 사진을 소개하고 그 밑에 여행 정보를 담는 구성으로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고즈넉한 사파 레이크 풍광. 각종 생활하수가 다 이곳에 모이는데도 물이 그렇게 탁하지 않고 냄새도 그리 심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기만 했다.
고즈넉한 사파 레이크 풍광. 각종 생활하수가 다 이곳에 모이는데도 물이 그렇게 탁하지 않고 냄새도 그리 심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기만 했다.
20일 밤에 찾은 하노이 숙소 베드가슴 입구. 이날 밤 9시 30분 제주항공을 이용해 12시 조금 못돼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다. 박성식 다빈치 대표의 베트남 친구로 이번 여정의 가이드 역할을 자임해 고생만 잔뜩 한 씨 엘이 마중나와 있었다. 십년도 전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갈 때 우리를 안내했던 네팔 청년 너빈과 굉장히 닮아 개인적으로 놀랐다. 6명 일행은 택시를 타고 하노이 호수 옆 베드가슴(호텔 이름이 너무 정겹다?)에 묵었다. 일본의 캡슐 호텔 같다. 우리 방은 3층이었는데 2층에 화장실이 있는게 조금 불편했지만 샤워도 할 수 있어 아쉬울 게 없었다. 일인당 만원 꼴이라고 했다.
20일 밤에 찾은 하노이 숙소 베드가슴 입구. 이날 밤 9시 30분 제주항공을 이용해 12시 조금 못돼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다. 박성식 다빈치 대표의 베트남 친구로 이번 여정의 가이드 역할을 자임해 고생만 잔뜩 한 씨 엘이 마중나와 있었다. 십년도 전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갈 때 우리를 안내했던 네팔 청년 너빈과 굉장히 닮아 개인적으로 놀랐다. 6명 일행은 택시를 타고 하노이 호수 옆 베드가슴(호텔 이름이 너무 정겹다?)에 묵었다. 일본의 캡슐 호텔 같다. 우리 방은 3층이었는데 2층에 화장실이 있는게 조금 불편했지만 샤워도 할 수 있어 아쉬울 게 없었다. 일인당 만원 꼴이라고 했다.
씨 엘과 박 대표의 딸인 소연이. 영화 ‘중경삼림’의 한 장면 느낌이다. 일행은 호텔을 찾을 때 봤던 길거리 쌀국수 집이 새벽 3시 문을 연다는 소식에 5시 눈뜨자마자 20여분을 걸어가 맛을 봤다. 과연, 쌀국수는 훌륭했다. 개운하고 깔끔했다. 새벽 시간이지만 팩소주를 챙겨오지 않은 것을 자책했다. 방금 공항에서 온 듯 수트케이스를 끌고 택시에서 내리는 여성 여행객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가게도 아니고 그냥 남의 가게 앞에 새벽에 문 열었다가 아침 출근 시간 전 문을 닫는다고 해 나중에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점이었다.
씨 엘과 박 대표의 딸인 소연이. 영화 ‘중경삼림’의 한 장면 느낌이다. 일행은 호텔을 찾을 때 봤던 길거리 쌀국수 집이 새벽 3시 문을 연다는 소식에 5시 눈뜨자마자 20여분을 걸어가 맛을 봤다. 과연, 쌀국수는 훌륭했다. 개운하고 깔끔했다. 새벽 시간이지만 팩소주를 챙겨오지 않은 것을 자책했다. 방금 공항에서 온 듯 수트케이스를 끌고 택시에서 내리는 여성 여행객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가게도 아니고 그냥 남의 가게 앞에 새벽에 문 열었다가 아침 출근 시간 전 문을 닫는다고 해 나중에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점이었다.
21일 세 팀 정도로 나눠 도착한 일행이 처음으로 하노이 공항 터미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이 더 왔어야 했는데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그들은 다음날 하노이에서 열차 타고 라오까이까지 와 그곳에서 버스 타고 숙소로 합류해야 했다.) 태극기와 베트남기를 든 이가 진오 스님. 사실상 이번 대회 출전의 단장 격이다. 버스를 타고 라오까이 거쳐 사파로 향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6시간이 걸렸다. 사실 일행은 단일 대오가 아니라 평소 가깝게 어울려 트레일러닝하던 여러 팀이 한 데 어울린 대오였다. 해서 가는 도중 서로 소개도 하고 약간 서먹한 듯이 갔다. 라오까이에서 정말 거짓말처럼 험산준령을 돌고 돌아 한 시간쯤 오르니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른 분지가 나타났는데 그게 사파 타운이었다.
21일 세 팀 정도로 나눠 도착한 일행이 처음으로 하노이 공항 터미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이 더 왔어야 했는데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그들은 다음날 하노이에서 열차 타고 라오까이까지 와 그곳에서 버스 타고 숙소로 합류해야 했다.) 태극기와 베트남기를 든 이가 진오 스님. 사실상 이번 대회 출전의 단장 격이다. 버스를 타고 라오까이 거쳐 사파로 향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6시간이 걸렸다. 사실 일행은 단일 대오가 아니라 평소 가깝게 어울려 트레일러닝하던 여러 팀이 한 데 어울린 대오였다. 해서 가는 도중 서로 소개도 하고 약간 서먹한 듯이 갔다. 라오까이에서 정말 거짓말처럼 험산준령을 돌고 돌아 한 시간쯤 오르니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른 분지가 나타났는데 그게 사파 타운이었다.
사파 타운은 2시간 정도면 다 돌아볼 정도로 비좁은 곳이다. 흑백사진으로 타운의 특징을 담았다.
사파 타운은 2시간 정도면 다 돌아볼 정도로 비좁은 곳이다. 흑백사진으로 타운의 특징을 담았다.
약간 오아시스 같은 느낌을 주는 사파 타운의 분수대. 왼쪽 버스 뒤편으로 베트남산악마라톤(VMM) 대회 배너가 보인다. 그곳이 대회장이었다. 대회 참가비가 적지 않은데 공식 티셔츠와 완주 메달만 줬다. 다른 대회는 완주 티셔츠를 나눠준다는데 여기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이 지역 소수민족을 돕기 위한 기금을 대회 수익의 30%로 낸다고 했다. 21㎞ 참가자는 일인당 20달러를 쾌척하는 셈이라고 했다.
약간 오아시스 같은 느낌을 주는 사파 타운의 분수대. 왼쪽 버스 뒤편으로 베트남산악마라톤(VMM) 대회 배너가 보인다. 그곳이 대회장이었다. 대회 참가비가 적지 않은데 공식 티셔츠와 완주 메달만 줬다. 다른 대회는 완주 티셔츠를 나눠준다는데 여기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이 지역 소수민족을 돕기 위한 기금을 대회 수익의 30%로 낸다고 했다. 21㎞ 참가자는 일인당 20달러를 쾌척하는 셈이라고 했다.
22일 새벽처럼 일어나 오전에 사파 타운에서 한시간 걸리는 반쾅1 초등학교 화장실 담에 그림을 그려넣었다. 남루한 차림의 아이들이 우리를 줄곧 지켜봤다. 근처 중학교 화장실 담에 그림을 그려넣기 위해 물감과 붓 등을 챙기는 우리에게 교사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놔두고 가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들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22일 새벽처럼 일어나 오전에 사파 타운에서 한시간 걸리는 반쾅1 초등학교 화장실 담에 그림을 그려넣었다. 남루한 차림의 아이들이 우리를 줄곧 지켜봤다. 근처 중학교 화장실 담에 그림을 그려넣기 위해 물감과 붓 등을 챙기는 우리에게 교사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놔두고 가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들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다시 사파 타운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대회장에 들러 유니폼과 배번 등을 수령하고 한 자리에 모였다. 두 사람이 합류해 이제야 완전체가 됐다.
다시 사파 타운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대회장에 들러 유니폼과 배번 등을 수령하고 한 자리에 모였다. 두 사람이 합류해 이제야 완전체가 됐다.
우리가 묵었던 민아 호텔 입구. 2층의 방 7개를 빌려 통째로 빌려 거진 독채처럼 썼다. 박 대표는 일인당 10만원씩 걷어 숙박과 교통을 모두 해결하겠다고 했다. 난 그리 안될 것이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정 막바지에는 연장자 순으로 돌아가며 식비를 책임져야 했다. 조문준 박사님이 23일 저녁을, 내가 24일 저녁을 냈다. 박사님은 23명 전원이 참석한 만찬을 냈고, 난 일행이 먼저 떠난 뒤 9명만 남았을 때 내서 홀가분했다.
우리가 묵었던 민아 호텔 입구. 2층의 방 7개를 빌려 통째로 빌려 거진 독채처럼 썼다. 박 대표는 일인당 10만원씩 걷어 숙박과 교통을 모두 해결하겠다고 했다. 난 그리 안될 것이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정 막바지에는 연장자 순으로 돌아가며 식비를 책임져야 했다. 조문준 박사님이 23일 저녁을, 내가 24일 저녁을 냈다. 박사님은 23명 전원이 참석한 만찬을 냈고, 난 일행이 먼저 떠난 뒤 9명만 남았을 때 내서 홀가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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