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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파무크의 수수께끼…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신화

‘노벨문학상’ 파무크의 수수께끼…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신화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8-07-05 23:10
업데이트 2018-07-0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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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여인/오르한 파무크 지음/이난아 옮김/민음사/376쪽/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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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떠난 아버지, 친아버지만큼 자상하고 친절했던 한 남자, 어머니 또래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매혹적인 빨강 머리 여인, 그리고 깊숙한 우물 아래 숨겨둔 진실….

터키를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열 번째 장편소설 ‘빨강 머리 여인’은 인물들의 묘한 관계와 비밀스러운 사건의 실체를 좇는 재미를 내세운 작품이다. 전작들에서 다양한 서사 기법을 펼쳐 온 작가는 이번엔 고전을 바탕으로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존재 사이에 놓인 거역할 수 없는 운명과 수수께끼를 파헤쳤다.

아버지인 줄 모른 채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친어머니와 동침해서 자식을 낳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와 반대로 아들을 죽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페르시아의 서사시 ‘왕서’를 엮어 냈다.

이스탄불에 사는 주인공 젬은 고등학생 때 옆집에 우물을 파러 온 기술자 마흐무트 우스타를 만나고 돈을 벌기 위해 그를 따라간다. 이스탄불에서 떨어진 왼괴렌에서 일을 하는 동안 젬은 우스타로부터 친아버지에게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을 느낀다. 일을 하던 중 젬은 자신보다 나이가 두 배나 많은 빨강 머리 여인을 보자마자 빠져든다. 이 여인과 꿈 같은 시간을 보낸 다음날 예기치 않은 실수를 저지른 그는 두려운 마음에 이스탄불로 도망친다. 우스타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잊으려고 애쓰며 살던 그는 지질학 엔지니어 겸 건축업자로 승승장구하고, 30년 만에 빨강 머리 여인을 다시 만나 자신의 아버지와 아들에 얽힌 진실을 듣게 된다.

두 고전을 현대적으로 변주한 만큼 치명적 결말로 치닫는다는 건 작품을 읽는 도중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빠른 전개 덕분에 단숨에 읽히지만 두 고전에서 느낄 수 있는 충격 그 이상을 기대한다면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7-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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