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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법 쓰레기 수출국… 쓰레기 대란 부른다

한국 불법 쓰레기 수출국… 쓰레기 대란 부른다

신형철 기자
입력 2018-12-16 23:20
업데이트 2018-12-1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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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무허가 선적장 르포

생활쓰레기·어망 등 범벅 된 ‘쓰레기 산’
산업폐기물까지 섞어 팔다 그대로 방치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잇단 수입 금지
“중국발 분리수거 혼란 또 올라” 위기감
1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방치된 컨테이너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들이 가득 차 있다. 주변 곳곳에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뒤섞인 폐기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하려다가 실패한 컨테이너들이 방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방치된 컨테이너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들이 가득 차 있다. 주변 곳곳에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뒤섞인 폐기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하려다가 실패한 컨테이너들이 방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어떻게 이런 산업 쓰레기들이 수출될 수 있었는지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요. 심각한 상황입니다.”

16일 인천 연수구 송도에 위치한 무허가 재활용 쓰레기 수출 선적장을 찾은 물류업체 대표 강성호(가명)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합법적으로 드나드는 인천항 인근에 ‘쓰레기 산’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밖에선 쓰레기가 보이지 않도록 컨테이너를 층층이 쌓은 ‘컨테이너 성벽’도 있었다.

강씨는 올 초 ‘재활용 플라스틱을 수출해 달라’는 재활용 업체의 주문을 받아 베트남으로 물품을 운송했다가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베트남 세관 통관 과정에서 그가 운송한 재활용 플라스틱이 불법 쓰레기 폐기물로 밝혀져서다. 이날 찾은 송도 컨테이너 선적장도 ‘불법 폐기물 브로커’의 실체를 확인하던 과정이었다.
인천 송도 인근에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다. 옆에는 수출되다 남은 것으로 보이는 열린 컨테이너가 자리하고 있다.
인천 송도 인근에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다. 옆에는 수출되다 남은 것으로 보이는 열린 컨테이너가 자리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선적장 내부는 충격적이었다.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한 후 나온 잔재 폐기물 수준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이물질이 묻어 있었다. 페트병과 노끈, 카세트테이프 등이 뒤섞인 생활 쓰레기부터 어망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 농어촌 쓰레기, 고무 호스와 시멘트 덩어리가 쌓여 있는 산업용 쓰레기까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특히 산업 폐기물은 법적으로 수출이 금지된 품목이다.

현장의 폐기물을 확인한 전문가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산업 쓰레기와 농어촌 쓰레기, 선별 후 잔재 폐기물이 뒤섞여 있다”며 “최근에는 쓰레기를 대규모로 수출하는 것뿐 아니라 브로커들이 소규모로 쓰레기를 공수해 와 항구 근처에서 실어 해외로 내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쓰레기들은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수출할 수 없는 종류”라면서 “아마 일반 수출품으로 속여 해외로 내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필리핀에서 이런 한국의 불법 쓰레기 수출이 적발돼 망신을 톡톡히 당했는데 실상은 빙산의 일각이었던 셈이다.
쓰레기는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은 범위에 방치돼 있었다.
쓰레기는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은 범위에 방치돼 있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결국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정부는 더이상 한국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 4월 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중단하면서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분리수거 대란’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 소장은 “일단 해외 수출 경로가 막히면 폐기물을 국내에 불법적으로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폐기물 처리시설 등을 추가로 지어 처리 용량을 늘리지 않는 이상 불법 폐기물을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적장에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만 있을 뿐 인적이 끊겼다. 강씨는 “이곳에서 폐기물을 수출하던 중 베트남과 필리핀 현지 언론들이 앞다퉈 한국의 불법 쓰레기 수출을 보도해 수출길이 막히자 재활용 업자들이 도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방치된 쓰레기로 집단 민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에는 산업페기물, 생활폐기물들이 뒤엉켜 재활용이 불가능해 보였다.
쓰레기에는 산업페기물, 생활폐기물들이 뒤엉켜 재활용이 불가능해 보였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송도 외에도 전남 광양과 충남 공주에도 불법 쓰레기 수출 집하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환경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폐기물 브로커들은 업체 이름을 수시로 바꿔 전국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꼬리를 잡는 게 어렵다”며 “전해 듣기로 광양과 공주 등에 폐기물을 쌓아 놓고 해외로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18-12-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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