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로 돈 만든다] <1>프라운호퍼재단을 배우자

[과학기술로 돈 만든다] <1>프라운호퍼재단을 배우자

입력 2014-09-30 00:00
업데이트 2014-09-3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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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7개 보유 특허 중 2800여개 기업 이전… 獨경제의 ‘심장’

박근혜 정부가 ‘한국형 창조경제’의 기치를 내건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과학기술로 한국의 미래를 제시하겠다는 비전에 대해 아직도 의구심을 표시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서울신문은 정부가 창조경제의 롤모델로 주목해 온 독일·스위스 등지를 찾아 과학기술이 미래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취재해 6회에 걸쳐 전달한다. 막 태동한 한국형 창조경제의 현재와 미래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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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운호퍼 건설기술연구소에서 비행기 외장재에 대한 소재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프라운호퍼재단 제공
프라운호퍼 건설기술연구소에서 비행기 외장재에 대한 소재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프라운호퍼재단 제공
프라운호퍼재단 산하의 67개 연구소는 ▲정보통신기술 ▲생명과학 ▲미세전자공학 ▲광학 및 표면공학 ▲생산공학 ▲재료공학 및 소재부품 ▲국방과학 등 7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의 연구소는 한 개 이상의 그룹에 포함돼 있어야 하고, 다른 그룹에는 ‘참관인’ 자격으로 가입돼 있다. 기업체가 프라운호퍼재단 측에 어떤 프로젝트나 연구개발을 의뢰하면 해당하는 그룹 관계자들이 모여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할지 역할을 분담한다. 67개나 되는 연구소가 있으면서도 ‘중복투자’ 또는 ‘중복연구’로 인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는 프라운호퍼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가브리에레 칸넨 프라운호퍼 특허지원실장은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 산재한 프라운호퍼 산하 연구소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계할 수 있는 것도 이같이 거미줄처럼 엮여 운영되기 때문”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연구소에 의뢰를 하더라도 전체 프라운호퍼재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정부출연연구소들이 ‘화학연구원’, ‘기계연구원’, ‘전기연구원’ 등 막연한 학문적 분류에 기반해 있는 것과 달리 프라운호퍼 연구소들은 ‘비파괴연구소’, ‘태양광연구소’ 등 임무 부여형으로 구성돼 있다. 외부에서 연구개발을 의뢰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원하는 연구소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구조다. 개별 연구소들은 각 지역의 대학 및 민간연구소, 기업 등과 거대한 클러스터를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추구한다. 주 정부 역시 클러스터 유치와 육성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연방 형태인 독일의 특성상 중앙정부의 지원과 주정부의 예산은 재정이 열악한 구동독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동등하게 1대1로 이뤄진다. 클러스터는 지역의 기업이 프라운호퍼에 기술개발을 의뢰하고, 개발된 기술을 함께 나누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익은 지역에 재투자되기 때문에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 프라운호퍼재단 본부가 위치한 바이에른주에는 건설기술 및 화학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바이에른 화학클러스터의 다니엘 고스차드 대표는 “현재 프라운호퍼를 중심으로 160개 기업과 40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2013년 클러스터 전체의 매출은 870억 유로에 이를 정도로 윈·윈이 가능한 모델”이라고 밝혔다. 프라운호퍼는 기업체와의 협력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는다.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간다는 뜻이다. 현재 프라운호퍼가 기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9000여개 프로젝트 중 대기업이 60%, 중소기업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프라운호퍼가 철저히 실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각종 수치로 입증된다. 칸넨 실장은 “프라운호퍼재단이 보유한 산업재산권과 특허는 2013년 기준 6407개에 이르고, 이 중 2800여개가 산업체에 기술이전됐다”면서 “나머지 특허 역시 향후 시장이 형성되면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8년 5015개였던 특허가 2012년 6407로 늘어나는 등 특허가 급격히 늘어나고 축적되면서 프라운호퍼 자체의 산업계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현재 프라운호퍼는 전 세계 기업과 연구소를 모두 합쳐 특허 가치 평가에서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상위권 대부분이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프라운호퍼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스핀오프(분사)를 들 수 있다. 단순히 기업에 기술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라운호퍼는 1999년 벤처 전담 기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도미니크 말테르 프라운호퍼 벤처 대표는 “아이디어로부터 창업의 과정에 요구되는 기술, 재원조달, 기업설립, 경영참가 등 광범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설립 이후 400개 이상의 창업 콘셉트가 개발됐고, 그중 약 150개 신규 창업 회사 설립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프라운호퍼는 이 과정에서 90개 기업에는 경영에도 직접 참가해 추후 지분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얻기도 했다. 프라운호퍼는 내부 연구원들이 창업을 해 분사하는 것을 ‘인력유출’로 보지 않고, ‘인력의 산업체 이전’이라는 성과로 평가한다. 매년 800명의 고급 인력이 프라운호퍼에서 산업과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고, 프라운호퍼와 대학의 산학협력 과정을 통해 2000명의 박사가 배출된다. 프라운호퍼의 궁극적인 목표가 ‘실용성’인 만큼 연구원이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프라운호퍼 비파괴연구소 연구원이면서 의료기기 업체 ‘누가 랩’ 창업자인 한태영 박사는 “프라운호퍼가 아무나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고,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 들 때만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프라운호퍼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MP3 특허료 수익을 기반으로 2011년 공익재단 ‘프라운호퍼 미래재단’을 설립했다. 미래재단은 지적재산권 확보 및 기술이전 촉진을 전담하게 된다.

뮌헨·가르힝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4-09-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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