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바이오 강국’ 좌담회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K바이오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박영우 대표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국내 바이오 회사들의 시가총액이 두세 배씩 올랐다. 이제는 유럽이나 일본이 보기에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인정을 해 주고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같은 의약품들은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유럽 수준의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노민선 단장 우리나라에서 바이오 산업은 지금 한창 씨앗을 뿌리는 단계라고 이야기한다. 바이오는 일반적으로 실패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의외로 중소기업이 접근하기 용이한 분야도 많다. 코로나19 관련 진단키트나 마스크, 손세정제 등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세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의 확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를 살려 K바이오가 ‘미래 먹거리’로 지속 성장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박 대표 호주는 매출이 적은 회사에 연구개발(R&D) 비용의 30%를 정부가 돌려준다. 연구하는 사람을 더 뽑으라는 것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의 예를 들면 인건비가 상당히 높은 석·박사 출신 연구원만 70여명인데 다 회사 비용으로 고용하고 있다. 창업보육센터 같은 곳에서도 바이오 기업들이 3~4년 만에 성장해서 나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람으로 보면 서너 살 때 자립하라는 것이다. 바이오에 정보기술(IT)이나 다른 산업의 잣대를 같이 들이대니까 그런 것이다. 정부가 지원해 주는 과제에서도 2년 안에 제품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렇게 하려면 몇천억원이 들어간다. K바이오가 계속되려면 그에 맞는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신약 기술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또한 정부 당국에서 의약품이나 키트 등에 대해 인허가를 낼 때도 주저하는 일이 많다. 여러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음에도 “선진국에서 쓰는 것이냐”고 물을 때가 있다. 당국자 입장에서는 남들 다 쓰는 것이면 안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심사 인력이 부족한데 업무는 많다 보니 인허가가 엄격해질 때도 있는 듯하다.
노 단장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지원제도는 원칙적으로 중복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비슷한 분야 내에서도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 반해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선 경쟁체계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 공고를 했을 때 10개 기관이 신청했다고 치면 지금은 이 중 가장 적합해 보이는 1개 기관만 선정해 지원한다. 앞으론 중복 지원을 허용하고 그중에 괜찮은 연구 성과를 활용하는 형태의 ‘경쟁형 R&D’ 방식을 정부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실패가 비일비재하고 장기간 투자해야 겨우 결실을 거둘 때가 많다.
맹 회장 바이오 산업이 늘 지적받는 게 ‘한강에 돌 던지듯’ 돈만 갖다 쓰고 한 게 없다는 것이다. 바이오 업체들이 요즘 성과를 내기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신약의 성공 확률이 5%라면 도전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은 성공 확률 5%짜리 프로젝트를 20개 하면 신약 하나가 나올 수 있다는 자세를 지녔다. 바이오는 늘 실패하는 곳이다. 실패하는 것을 용인해 주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물론 성과를 부풀려서 잘못된 이득을 챙기는 기업들은 범죄에 해당하는 것인지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것 때문에 바이오 기업들이 모두 엉망이라고 치부될 수 있다.
노민선 중기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앞으로 K바이오가 더욱 집중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박 대표 해외 기업들에 비해 우리는 투자 규모가 상당히 적어서 신약 개발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암이나 당뇨병 치료제와 달리 어떻게 약을 만들지 명확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감염병에서는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해 볼 만하다. 앞으로 ‘제2·3의 코로나’가 언제 터질지 모르니 감염병 쪽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원래 감염병은 시장이 작은 데다가 병의 유행이 지나면 약을 쓸 데가 없어서 개발을 안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노 단장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의 확장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창업을 해서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이를 돕는 대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과의 협력 생태계가 활발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K바이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여러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다.
정리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20-07-02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