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매출 ‘뚝’ 장마에 식자재비 ‘쑥’… “외식업 역대급 위기”

코로나에 매출 ‘뚝’ 장마에 식자재비 ‘쑥’… “외식업 역대급 위기”

장세훈, 장은석, 강병철, 하종훈, 나상현 기자
입력 2020-08-20 00:44
업데이트 2020-08-20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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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외식업 공생 통해 활로 찾자] <1>힘겹게 버티는 식당가 돌아보니

안 팔려 버려지는 식자재비 지출 1순위
상추 1상자 3만→ 8만원… 고기보다 비싸
임대료·임금보다 더 큰 부담 운영 ‘발목’
“정부, 시스템 혁신하고 부가세 줄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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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시간인 19일 오후 7시 이근재(56·오른쪽)씨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3가 한식당 ‘왕벌’에는 총 12개 중 1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찼다. 특별취재팀
저녁식사 시간인 19일 오후 7시 이근재(56·오른쪽)씨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3가 한식당 ‘왕벌’에는 총 12개 중 1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찼다.
특별취재팀
농업과 외식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역대급 위기다. ‘200만 농민’과 ‘200만 외식인’은 각각 삶의 터전이 뿌리째 흔들린다. 농민은 농산물 가격 하락에 신음하고, 자영업자는 식재료비 부담 상승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서울신문은 5회에 걸쳐 농업과 외식업을 연결하는 농산물 유통 현실을 짚어 보고 두 산업이 공생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식당 주인들이 연이어 나오니 덜컥 겁이 납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식당 ‘왕벌’을 25년째 운영 중인 이근재(56) 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19일 코로나19 사태로 폐업 위기에 몰린 외식 자영업자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근 수도권의 한 대형 예식장 사장과 식당 주인 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이 회장은 “식당 주인은 직원 월급 줘야지, 가게 임대료 내야지, 은행 대출금 갚아야지, 집에 생활비까지 갖다 줘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면서 “쫄딱 망할 역대 최고의 위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사태 후 매출이 반 토막 난 식당들이 수두룩하다.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상권인 마포구 홍대입구에서 지난해 삽겹살전문점 ‘꿀돼지집’을 개업한 이상열(37) 대표도 매출이 50% 이상 빠졌다. 이 대표는 “대학생과 외국인이 많이 찾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학교가 문을 안 여니 학생들이 안 오고, 외국인 손님들의 발길도 끊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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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영업 중인 식당들도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나무길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나영호(40·가명)씨는 “올 들어 소나무길에서 폐업한 가게는 3곳”이라면서도 “대부분 임대기간이 남아 영업을 하지만 부동산중개업소에 점포를 내놓은 잠재적 폐업 상태”라고 설명했다.

50여일째 이어진 장마로 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경기 남양주에 있는 고깃집 마루벌돌구이의 한영진(50) 사장은 “4㎏ 한 박스에 2만~3만원 하던 상추가 8만원, 2㎏에 1만원이던 겨자는 2만 9000원으로 3배 뛰었다”면서 “비싸게 사도 손님 상에 좋은 채소를 못 올리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백반집을 하는 전희수(52·가명)씨는 “긴 장마로 농산물 작황이 나빠 식자재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당장 코로나19와 역대 최장기간 장마 탓에 피해가 크지만 외식업이 어려운 건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흔히 인건비와 임대료가 식당 운영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은 식재료비 부담을 꼽는다. 이 회장은 “인건비는 한 달에 400만~500만원, 가게 월세는 150만원 정도인데 식재료비는 600만~700만원”이라고 말했다. 나씨도 “코로나19 때문에 안 팔려서 버리는 음식이 많아 식자재비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 회장은 “농산물 다단계 유통 구조를 혁신해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면서 “농산물 부가가치세 의제매입세액공제율도 상향 조정해 세금 부담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특별취재팀 shjang@seoul.co.kr

■ 특별취재팀

장세훈·장은석 사내벤처팀, 강병철·하종훈·나상현 기자
2020-08-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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