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차이나 리포트] <2부> 2010 중국인을 말한다 ① 대도시도 지방도 과외열풍

[新 차이나 리포트] <2부> 2010 중국인을 말한다 ① 대도시도 지방도 과외열풍

입력 2010-06-15 00:00
수정 2010-06-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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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봉급 수준 VIP과외 성행… 요람부터 사교육 광풍

지난 7일 중국의 대학 입시인 가오카오(高考)가 실시됐다. 학생들에게는 그동안 공부한 것을 평가받는 자리이자 ‘사교육 광풍’에서 해방되는 날이기도 하다. 정부가 학원 단속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사교육은 오히려 지역이나 부모의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확산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 대륙에 상륙한 ‘학력=성공’의 공식이 사교육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간판’의 필요성과 아이의 행복 사이에서 고민하는 부모들의 한숨도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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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중관춘에 있는 신둥팡학원에서 학부모들이 학원 강사로부터 1대1로 교습 받는 ‘VIP 수업’의 등록 상담을 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중관춘에 있는 신둥팡학원에서 학부모들이 학원 강사로부터 1대1로 교습 받는 ‘VIP 수업’의 등록 상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 류자야오(?家?) 인근의 한 학원. 강의실 밖 복도에는 류팡(劉芳·36)이 7살짜리 아들의 중국어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주말은 중국어와 수학 수업을 듣는 아들과 학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는 “같은 휴대전화라도 어떤 브랜드냐에 따라 사고 싶거나 꺼려지는 것 아니냐.”면서 “좋은 대학은 취업의 기본”이라고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를 설명했다.

●베이징·상하이 ‘VIP 수업’ 유행

류씨의 아들이 듣는 수업은 일반 학원 강의가 아니다.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VIP 수업’이다. VIP 수업이란 학원 전문강사로부터 1대1 강습을 받는 것을 말한다. 과외와 같은 개인 교습이 주로 집에서 이뤄지는 한국과 달리, 학원에 마련된 VIP 수업 전용 교실에서 공부를 한다. 일부 학원은 아예 VIP 수업만을 위한 분점을 따로 차리기도 한다.

수강료는 시간당 200~300위안(약 3만 6000~5만 5000원) 정도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직장인의 초봉이 월3000위안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하지만 ‘VIP수업’이라 해서 부유층의 전유물은 아니다. 수업을 집이 아닌 학원에서 하는 이유에, 가정 형편에 따라 공부방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포함돼 있음이 이를 말해준다.

주말을 아이와 학원에서 보내는 것은 비단 류씨만이 아니다. 토요일 아침이면 베이징의 명문 학교로 꼽히는 인민대 부속 중학교가 있는 중관춘(中關村) 인근의 학원가는 엄마 혹은 아빠와 손을 잡고 수업을 받으러 가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여기까지는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학원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수업을 듣는 풍경은, 중국에서 그다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오전 8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학 경시대회 준비반에서 만난 한 아버지는 “숙제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같이 풀어보기 위해서 수업을 듣는 것”이라면서 “내가 바쁠 때면 아내가 온다.”고 말했다. 그를 만난 강의실에는 학생 25명과 학부모 11명이 있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학원비는 지출 목록에서 우선 순위를 차지한다. 베이징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진젠(金建·40)은 “한 달에 3000위안 남짓 번다.”면서 “어렵지만 아이가 영어를 어려워해서 1시간에 50위안짜리 학원을 보낸다.”고 했다.

이 같은 과도한 교육열은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 경우 이미 곳곳에 학원가가 형성됐고, 아직 사교육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는 대학생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샤먼(廈門)에서 차 가게를 운영하는 리젠방(李建邦·46)은 자녀 3명 중 대학생인 첫째를 제외한 나머지 두 아이에게 영어 과외를 시키고, 피아노와 무용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에게 수학, 작문, 피아노, 무용을 가르친다는 창사(長沙)의 주펑(朱楓·42)은 “베이징 뿐만 아니라 여기서도 교육비가 많이 든다.”고 전했다.

●1살짜리도… 사교육의 블루오션

베이징에서 만난 29세 뉴(牛)모씨는 전업주부이지만 주말이면 아들을 학원에 보내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묻자 그는 “세 살”이라고 답한 뒤 “다들 요즘은 뭐든 일찍 가르치기 시작한다.”고 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창사의 한 주부는 최근 막 태어난 아들의 조기교육 상담을 하러 갔다가 시간당 100위안이라는 가격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그는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수업을 받게 하려는 부모들이 아주 많다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의 사교육 시장에는 아직 ‘룰’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높은 교육열과 맞물려 거대한 사교육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업계는 최소 300억위안(약 5조 5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아 교육이 인기를 얻으면서 사교육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다. 칭화대 토목과를 졸업해 벤처 사업을 하다가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어 지금은 베이징 최대 입시종합학원인 징화자오위(精華敎育) 원장으로 있는 리펑쉐(李峰學·37). 그는 “사교육은 여전히 성장하는 시장”이라면서 “대상 연령이 낮아질수록 학부모들의 투자가 많아 유망하다.”고 전했다.

베이징·샤먼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0-06-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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