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또 다른 낭만들] 대학가 서점? 사막에서 바늘 찾기죠

[사라지는 또 다른 낭만들] 대학가 서점? 사막에서 바늘 찾기죠

입력 2014-01-04 00:00
수정 2014-01-04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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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응답하라 청년공간]

고려대 97학번인 김모(36)씨는 모교 근처인 안암동 로터리를 찾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학창 시절에 즐겨 찾던 사회과학 서점 ‘장백서원’이 이젠 추억으로만 남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의 몰락은 일종의 트렌드였다. 1980년대 사회과학 서점이 학생 운동의 동향을 주시하는 공안기관의 시찰 대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서점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쳐 경영난으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신촌 연세대 인근의 ‘오늘의 책’은 2000년, 고려대 ‘장백서원’은 2001년, 성균관대 ‘논장’은 2004년 폐업했다. 2011년에는 중앙대 앞 ‘청맥’과 동국대 ‘녹두’가 문을 닫았다. 서울대 인근 ‘그날이오면’과 성균관대의 ‘풀무질’ 정도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가 서점의 퇴조는 1990년대 후반부터 대학가에 불어닥친 취업난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김씨처럼 사회과학 서적을 즐겨 읽는 학생이 상당했고, 이런 학생들이 대학가의 토론문화를 주도했다. 운동권이 아니어도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즐기는 학생들의 존재는 사회과학 서점이 버틸 수 있는 기반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대학가에 몰아닥친 극심한 취업난은 이런 기반을 휩쓸어 갔다.

신촌을 대표하는 50여년 전통의 ‘홍익문고’도 2012년 서대문구가 추진한 신촌 일대의 재개발 사업으로 폐점 위기에 몰렸지만, 후원자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4-01-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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