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분의 소통 TED 2011] “구텐베르크의 활자처럼 테드의 가치·정신 공유”

[18분의 소통 TED 2011] “구텐베르크의 활자처럼 테드의 가치·정신 공유”

입력 2011-07-13 00:00
업데이트 2011-07-1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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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조력자에 가깝다. 하지만 그가 부르면 빌 게이츠나 앨 고어 같은 세계적인 명사들이 주저 없이 달려온다. 평범한 주부나 아프리카의 소년도 그의 손을 거치면 전 세계 수억명이 열광하는 동영상의 주인공이 된다. 프레젠테이션의 천재인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되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잡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남자. 바로 테드(TED)의 아버지로 불리는 크리스 앤더슨(5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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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앤더슨
크리스 앤더슨
●테드, 독특한 인생 역정의 결과물

“우리의 콘퍼런스와 동영상을 간략하게 표현한다면 ‘기념비적인 사람들이 진행하는 눈 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전 세계에 공짜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테드 글로벌 콘퍼런스 2011’의 사전 행사가 열리고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국제컨벤션센터 무대 위에 앤더슨이 올랐다. 테드의 정신을 퍼뜨리는 세계 40개국 110여명의 테드x(지역 조직) 운영자들을 교육하는 ‘테드x 워크숍’ 행사장이었다.

앤더슨은 테드를 ‘활자’에 비유했다. 그는 “여기에는 고작 100명가량의 사람들이 내 말을 듣고 있을 뿐이지만, 그들이 각자 위치에서 테드의 가치와 정신을 말하기 시작한다면 전 세계가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마치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발명해 책을 보급하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아우르고 나누는 테드의 형식과 진행 방식, 정신은 앤더슨이 살아온 독특한 인생의 결과물이다. 파키스탄 오지에서 태어난 그는 파키스탄 외에 인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13세까지 히말라야 산 속의 미국계 학교를 다녔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다가 철학으로 진로를 변경했고, 졸업 후엔 영국 식민지인 세이셸 제도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다 영국의 조그만 출판사를 인수해 초창기 컴퓨터 잡지를 창간했다.

급격히 불기 시작한 컴퓨터 붐을 등에 업고 잡지는 급성장했지만, 앤더슨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7년 뒤 미국으로 거점을 옮겼다. 앤더슨은 “더 넓은 시장에 도전하고 싶었고 어린 시절부터 상상하던 미디어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1994년 창간한 ‘비즈니스 2.0’은 그를 130개 잡지사를 아우르는 미디어 재벌의 위치에 올렸다.

2001년 앤더슨은 새플링 재단을 통해 캘리포니아의 조그마한 행사에 불과했던 테드를 인수한다. 앤더슨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는 그들에게서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퍼뜨릴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모토로 내걸고 테드를 몽땅 바꾸기 시작했다.

폐쇄적으로 초청장을 받은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던 테드를 동영상 기반의 공개 서비스로 바꿨고, 영리를 추구하던 구조를 비영리로 전환했다.

●편한 옷차림의 동네 아저씨같은 큐레이터

테드 콘퍼런스가 진행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앤더슨을 만날 수 있다. 스스로를 ‘큐레이터’라 칭하며 행사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50여명의 테드 강연자가 무대에 등장하기 전 항상 앤더슨이 먼저 무대에 오른다. 그는 강연자를 소개하고 때로는 질문과 찬사를 보낸다. 콘퍼런스 전체를 이끌어가는 사회자인 셈이다. 그러나 그의 역할은 그 콘퍼런스 준비 단계부터 이미 시작된다. 강연자 선정과 섭외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강연자의 발표 방식에도 개입한다.

콘퍼런스 강연자들은 사전에 콘퍼런스콜이나 화상통화, 직접 미팅을 통해 앤더슨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빌 게이츠가 강연장에서 날린 모기를 비롯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며 수억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동영상 중 상당수가 그의 두뇌에서 나온 것들이다. 현장에서 만난 앤더슨은 신비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헐렁한 티셔츠에 흰색 면바지를 입은, 마치 동네 아저씨처럼 보이는 그는 테드 참가자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녹아 들어갔다. 함께 어울려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어떤 질문에도 흔쾌히 답했다.

테드의 정신을 묻자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잡담을 하거나 TV를 시청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 시간에 보다 많은 가치로운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이 훨씬 보람된 일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직접적인 답변은 아니었지만, 그가 테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테드의 가장 큰 원칙’으로 알려져 있는 강연 시간 제한 ‘18분’에 대해서는 테드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준 코언이 대신 대답했다. “예를 들어 15분으로 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앤더슨이 사람들은 15분에는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지만, 18분이라고 하면 특별한 의미를 둘 것이라고 제안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테드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고 있다.”면서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으며 테드의 기본과 정신은 항상 지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든버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1-07-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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