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고려인 1세대 “내 뿌리 찾아왔지요”

우즈베크 고려인 1세대 “내 뿌리 찾아왔지요”

입력 2011-05-16 00:00
업데이트 2011-05-16 16:1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부 초청으로 첫 방한..”초청 프로그램 확대됐으면”

”우즈베키스탄에서 평생 살아왔지만 내 뿌리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옛소련 스탈린 시대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뒤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은 고려인 동포 1세대들은 한결같이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13일부터 20일까지 방한중인 고려인 동포 121명은 모두 일흔을 훌쩍 넘긴 노인이지만 오랫동안 상상 속에서만 그려왔던 한국에서의 매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모든 일정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만 4살 되던 해인 1937년 연해주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했다는 손정림(77) 할머니는 16일 “할머니와 어머니가 사시던 한국을 한 번이라도 가봐야 편히 눈을 감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는데 이렇게 오게 돼서 너무나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손 할머니는 러시아어 교사로 일하다가 퇴직 후인 1998년부터 소일거리로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두부 만드시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봤던 기억을 더듬어 만든 두부는 인근 도시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 근로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한국 방문이 처음임에도 능숙한 한국어 실력 역시 할아버지로부터 한글을 배운 덕택이다. 교사 시절에도 학생들을 데리고 한국어를 배우러 다니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는 손 할머니는 “이번에 오지 못한 고려인 친구들에게 돌아가서 이야기해주겠다”며 한국에서 경험을 꼼꼼히 수첩에 적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하는 기차 안에서 첫 돌을 맞았다는 강로자(74) 할머니도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텃세도 없고 사람들도 참 좋지만 그래도 한국이 항상 궁금했다”면서 “한국이 이렇게까지 발전하고 잘 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좋다”며 흐뭇해했다.

타슈켄트에서 의사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 할머니는 쉰이 훌쩍 넘어서야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1991년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한국인 선교사들과의 만남이 계기였다.

강 할머니는 “한국 사람들이 왔다고 해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는데 막상 만나서 말이 안 통하니 이래선 안 되겠다 싶더라”면서 “그날로 한국어 학원에 등록해 부지런히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이들 못지않게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김 로버트(71) 할아버지는 한국 소식을 처음 접했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러시아에 살면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하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처음으로 TV에서 한국의 모습을 봤다”면서 “그때도 한국의 발전상에 깜짝 놀랐지만 이렇게 직접 와서 보니 더욱 놀랍다”며 감탄했다.

1992년부터는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했다는 김 할아버지는 “한국 정부나 기업이 우즈베키스탄에 투자를 많이 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되면 한국이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려인 젊은이들의 관심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를 비롯한 방문단은 “한국 정부의 고려인 동포 초청이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우즈베키스탄에만도 고려인 동포가 약 17만 명에 이르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행을 염원하면서도 고가의 항공료 등이 부담돼 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문단은 “초청 프로그램이 확대돼 다른 고려인 동포 친구들이나 우리 아이들, 손자들도 다들 한국에 와서 볼 수 있길 바란다”면서 “동포끼리 교류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성심당 임대료 갈등, 당신의 생각은?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이자 대전 명물로 꼽히는 ‘성심당’의 임대료 논란이 뜨겁습니다. 성심당은 월 매출의 4%인 1억원의 월 임대료를 내왔는데, 코레일유통은 규정에 따라 월 매출의 17%인 4억 4000만원을 임대료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심당 측은 임대료 인상이 너무 과도하다고 맞섰고, 코레일유통은 전국 기차역 내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성심당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대료 갈등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규정에 따라 임대료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의 임대료 1억원을 유지해야 한다
협의로 적정 임대료를 도출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