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의궤 일부 조기 반환…일본의 꼼수

조선왕실의궤 일부 조기 반환…일본의 꼼수

입력 2011-10-08 00:00
수정 2011-10-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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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 의미” 평가 속 “위안부 외면하며 선심 쓰나”

일본 정부가 오는 18일 총리 방한 때 조선왕실의궤 일부를 반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자 외교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양국 우호협력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양국 관계 진전을 위한 근본적 노력은 없이 이미 12월초 반환될 예정인 의궤 일부를 ‘선물’인 것처럼 들고와 크게 성의를 표시하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특히 양국 관계 걸림돌로 부상한 일본군 위안부 이슈를 놓고 수세에 몰린 일본이 사안의 심각성을 직시하지 않고 오히려 의궤반환 카드로 국면을 흐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마저 제기되고 있다.

물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8일 방한해 의궤 일부를 반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는 양국 우호협력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다.

일본에 강탈당한 한국 도서 1천205책이 89년만에 조국의 품에 안기는 것으로, 일본 내각의 수반이 양국 정상회담 계기에 이를 반환한다면 의미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사를 풀고 미래로 향하자는 지난해 8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의 후속 조치를 실천하는 의미가 있다. 또 신임 노다 총리로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첫 만남에서 의미있는 ‘선물’을 안겨줌으로써 양국 관계를 잘 풀어가 보자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대일(對日) 정서와 여론의 흐름은 일본 측의 상황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가 과연 과거사를 직시하려는 의지와 자세를 갖고 있느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일본 측은 올들어 한국 정부의 ‘엄중하고 단호한’ 대응 기조를 비웃기라도 하듯 빈번하게 ‘독도 도발’을 일으켰다.

3월 중학 교과서 검정결과 공개, 4월 외교청서 발간, 7월 일본 외무성의 대한항공 이용자제 지시와 일본 야당의원들의 울릉도 입국시도, 8월 방위백서 발간 등으로 우리 국민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자극해왔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의도적 외면이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미흡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따라 지난달 15일 한ㆍ일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일본에 공식 양자협의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은 보름이 넘도록 공식 반응을 미루면서 당국자들의 입을 빌려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사실상의 거부 입장을 내비쳤다. 그런 와중에 지난 6일 방한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은 공식 반응을 요구하는 한국 언론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고 “일본의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여기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애매모호한 답변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간 나오토 총리 담화의 ‘진정성’과 일본 민주당 정부의 과거사 직시 노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다 총리가 이번 방한 때 의궤 일부를 조기 반환하는 ‘이벤트’를 연출하는 것이 과연 한국에서 어느정도 ‘화답’을 받을 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의궤 반환은 지난 6월10일 발효된 양국간 한일도서협정에 따라 12월10일까지 반환되도록 돼있는 사안이다. 양국 관계 진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만한 소재로는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지적이다. 그나마도 일본 측은 의궤반환을 위한 실무협의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노다 총리가 정작 들고와야 할 것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사과와 책임있는 배상”이라는 한 원로 외교관의 지적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가장 정확한 주문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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