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체류자격 지침 개정
제조업, 농축어업 등 단순노무직 외국인 노동자 중 일정 자격을 갖춘 숙련 인력들은 앞으로 기업 임원, IT기술자 등 외국인 전문인력과 같은 체류 자격으로 ‘신분 상승’ 할 수 있게 됐다.12일 외국인단체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등 단순 노동 체류자격으로 국내에서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 중 요건을 갖춘 인력에 대해 10일부터 특정활동(E-7)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특정활동(E-7) 비자는 외국인 대기업 임원, IT 기술자 등 전문직종에 부여되는 체류자격으로 취업기간에 제한이 없고, 상대적으로 영주권 취득도 용이하다.
이에 비해 비전문취업(E-9)은 현재 19만명에 달하는 고용허가제 인력, 방문취업(H-2)은 조선족을 중심으로 29만명에 이르는 동포 인력에게 주는 비자로 체류기간이 5년 미만이다.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는 이번 조치로 외국인 근로자 중 숙련도가 높은 인력을 계속 활용하려는 산업계의 수요를 일부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청자격 요건은 최근 10년 이내에 국내 제조ㆍ건설ㆍ농축어업 직종에서 4년 이상 취업한 35세 미만 전문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로, 기능사 이상 자격증을 보유하거나 최근 1년간 임금이 해당 직종 근로자 평균 이상이며 3급 이상 한국어능력을 갖거나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다.
또 해당인력의 고용은 업체별로 최고 5명까지만 허용된다.
법무부 담당자는 “2008년에 숙련 기능인력에 대해 거주(F-2)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마련했지만 당시 신청 요건이 너무 엄격해 그동안 1명만 혜택을 봤다”며 “기존 제도에 비해 자격증 수준, 근로자 평균 임금 등 신청 요건을 완화한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대상자 통계는 없지만 약 50만명의 고용허가제 및 방문취업제 인력 중 10-20%는 35세 미만 전문학사 이상자다.
이주동포정책연구소 곽재석 소장은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실효성이 있는 정책으로 보인다”며 “특히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권 노동자는 자격 요건을 갖춘 경우가 꽤 될 것”이라고 말해다.
하지만, 4년 이상 고용허가제로 일한 뒤 특정활동(E-7)으로 체류자격을 변경하면 일반 귀화나 영주권 신청에 필요한 5년 체류 요건을 갖추게 되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의 정주화가 대거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정주화를 대폭 허용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