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조심스러운 성 김

너무 조심스러운 성 김

입력 2011-11-07 00:00
수정 2011-11-0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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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국 특파원들에게 미 국무부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그동안 한국 언론의 숱한 인터뷰 요청에 난색을 표해 온 성 김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부임(10일)을 코앞에 둔 4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는다는 통보였다. 그런데 ‘비보도’(오프더레코드)라는 전제가 달려 있었다. 기자들은 독자들에게 알릴 수 없는 간담회는 무의미하다며 정정을 요청했고, 승강이 끝에 다음 날 간담회 시작 1시간 전에야 ‘보도용’으로 한다는 답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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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주한미대사 연합뉴스
성 김 주한미대사
연합뉴스


국무부 담당 직원은 “부임 전 기자 간담회를 갖는 건 예외적인 경우”라고 강조했다. 이에 기자들이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도 2008년 9월 부임 전에 간담회를 갖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직원은 “그것도 예외였다.”고 말했다.

이윽고 간담회가 시작됐지만 성 김 대사는 “주재국 정부의 신임장을 받기 전에는 정책 관련 발언을 하지 않는 게 관행”이라며 질문을 가벼운 신상 문제로 제한했다. 하지만 스티븐스 전 대사는 부임 전 간담회에서 쇠고기 파동, 북한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성 김 대사는 한국어 통역을 대동했으며 영어로만 간담회를 진행했다. 3년 전 스티븐스 대사는 간담회에서 “안녕하십니까.”, “감사드립니다.”, “추석 잘 보내십시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고, 일문일답에서는 “인수인계”, “사고방식”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간담회가 30분 정도 진행됐을 때 국무부 직원은 “정해진 시간이 다 됐다.”며 종료시켰다. 참석 기자의 절반 정도가 한마디도 질문을 하지 못했다. 부임에 앞서 스티븐스 전 대사가 가진 간담회 시간은 50여분이었다. 또 그는 부임 직전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에 들러 재미교포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성 김 대사는 원래 처신을 극도로 조심하는 스타일인 데다 역설적으로 한국계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 한국과 너무 가깝게 비치는 걸 경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11-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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