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통합당 당 대표 후보는 5일 아침 YTN 라디오 인터뷰 도중에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진행자가 미리 예고된 질문을 하지 않고, 북한인권법이나 임수경 의원의 폭언 사태 등 대북관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묻자 항의한 것이다.

당의 무게감 있는 중진이자, 선거를 뛰고 있는 후보가 생방송 도중에 버럭 화를 내는 모습에서 청취자들은 적잖히 당황했지만 민주당에 불어닥친 종북 논란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임수경 의원의 취중 폭언으로 촉발된 종북논란이 민주통합당 이해찬 후보에게로 옮겨붙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신매카시즘 선동에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의 이념 공세를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북한인권법 처리에 대해 “국가간 관계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내정간섭으로 오해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북한 스스로가 인권 문제에 대해서 노력하고 있고, 실제 인권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말은 북한 인권 개선이라고 하지만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법안이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이석기, 김재연 후보에 대해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악질적인 매카시즘”이라며 독설을 날렸다.

이 후보는 “국가관 검증은 누가 한다는 것이냐. 국가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는 그래서 사상의 자유를 가장 중시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표가 그 사람들을 검증할 자격이 어디 있느냐.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계신 분이 국민이 통합진보당에 10% 지지율을 줘서 당선된 뜻을 다 무시하겠다는 것이냐. 그렇게 오만한 분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시겠느냐”고 공격했다.

이어 “그건 매카시즘 수준이 아니라 아주 더 악질적인 매카시즘이다”면서 “두 분(이석기, 김재연)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의원들 다수의 숫자로 국가관을 검증하겠다는 자세 자체가 독재적 발상이다. 국민의 권위를 빼앗겠다는 것이다”고 거침없는 비판을 했다.

이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에 대해서도 “YTN이 오히려 나한테 사과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사태에도 한 발 물러나 있었던 민주당은 이념 논쟁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후보에 대해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으며, 임수경 사태에 대해서도 조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해찬 후보 개인의 소신을 말한 것이지, 당의 생각은 아니다”며 “새누리당의 색깔론, 종북주의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차분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이념 논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 등을 집요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여 양측의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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