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해소에 주력하는 장성택 힘 받을 듯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후 북한의 이른바 ‘협상파’에 힘이 실리게 될지 주목된다.

이번 특사 외교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국정장악 능력 부재에서 비롯된 북한 내 강경 군부세력과 실용 협상파 사이의 불협화음을 정리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체제 출범 초기에는 협력적 관계를 유지했지만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의 강경 행보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며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26일 “출구전략 없는 군부의 강경일변도 행보 속에서 김정은 체제의 양대 권력자인 최룡해와 장성택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고, 김정은 제1위원장도 최룡해에 편승해 장성택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특사 방중으로 형국이 달라질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군부를 대표하는 최 총정치국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6자회담 등 주변국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혀 6자회담의 종말을 주장했던 북한의 종전 입장을 뒤집었다.

김 제1위원장 다음가는 군부 2인자인 최 총정치국장은 장거리 로켓 발사가 성공하자 군부의 강경 목소리에 편승해 3차 핵실험과 대남 군사위협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특사 외교는 군부 수장인 최 총정치국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직접 중국 지도부에 국면 전환을 약속한 것이어서 당분간 군부 목소리가 힘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 내 실용주의적 협상파에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체제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장성택 부위원장은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 같은 군사적 도발 대신 경제개혁 조치와 특구 조성 및 외자 유치를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을 도모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작년 8월 직접 경제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냈고 새로운 경제조치를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 등 체제의 안정을 위한 경제난 해소에 주력했다.

장 부위원장은 북한이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던 올해 1∼4월 김 제1위원장의 군부대 수행 등을 일부 자제해오다 4월 말부터 최근까지 공연관람과 경제시찰에 빈번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장적 요소를 담은 7·1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 군부와 노동당 내 강경파에 의해 밀려났던 박봉주도 작년 4월 당 경공업부장에 이어 올해 4월 총리에 복귀했다.

박 총리의 측근들도 주요 경제부처의 수장자리를 차지했고 이 과정에서 장 부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한반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경제 발전에 힘을 싣기 위한 장 부위원장의 이런 노력은 장거리 로켓 발사의 성공에 힘입은 군부의 주도권에 밀려 그동안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번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과 대화로의 정책전환 약속은 장 부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최 총정치국장에게 현 상황의 책임을 지우고 영향력 확대에도 제동을 걸 기회가 된 셈이다.

최근 일본과 협상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국교정상화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도 대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장 부위원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대북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남한의 경제시설을 시찰하기도 한 장 부위원장이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 잠정폐쇄 상태의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는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서도 북한의 온건한 목소리를 내는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정권 초기의 김정은 체제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