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시간 9시15분…‘1’에 ‘ㄴ’그려 45분으로

사고 시간 9시15분…‘1’에 ‘ㄴ’그려 45분으로

입력 2010-06-12 00:00
업데이트 2010-06-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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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감사로 드러난 ‘막장 합참’

합동참모본부의 장군은 모두 21명이다. 이 가운데 10일 감사원으로부터 징계 등 조치를 하도록 국방부장관에 통보된 장군은 7명으로 3분의1이다.

합참 수장인 이상의 의장(대장)부터 합동작전본부장·전략기획본부장(이상 중장), 작전참모부장(소장), 작전처장·정보작전처장·전비태세검열실 차장(이상 준장) 등이 포함됐다. 우리 군 조직 피라미드의 최고 상위 그룹인 합참의 작전라인이 초토화된 셈이다. 도대체 합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합참 인사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의장과 전비태세검열실 차장이다.

이 의장은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3월26일 밤 계룡대에서 열린 합동성 강화 토론회에 참석했다. 금요일 저녁인 데다 합참이 야심차게 준비한 토론회인 터라 참석한 인사들과 술잔도 여러 잔 돌았다. 술이 오른 상태로 KTX를 타고 상경길에 올랐다. 합참 지휘통제실에 복귀한 것은 오후 10시40분을 조금 넘겨서다. 감사원은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 만취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지통실에 대기했다가 27일 새벽 1시40분쯤 자리를 떴다. 2시간 뒤 지통실을 지키던 작전본부장은 비상경계태세를 지시했다. 집무실에서 잠시 쉬었다는 이 의장은 새벽 5시쯤 일어나 지통실로 다시 내려왔다. 새벽 상황 등에 대해 보고 받은 그는 작전본부장 명의로 내려간 지시사항에 ‘주말에 골프치지 말라.’는 내용을 추가해 오전 6시 자신의 이름으로 예하부대에 다시 지시를 내렸다. 합참은 또 사건 발생 다음날인 27일부터 초동조치의 문제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전비태세검열에 들어갔었다. 이후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하면서 사실상 종료됐다. 전비실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조사 내용을 모두 넘겼다고 했다.

당시 국방부는 고강도의 전비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징계 대상에 전비실 장교들이 명단에 올랐다. 검열을 지휘한 장군부터 대령들까지다.

상식적으로 감사원의 조사내용과 같은 사안을 점검했던 전비실이 왜 징계대상에 포함됐는지 군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비실은 ‘부실조사’라는 죄명이 달렸다. 전비실은 초동조치 등에 대해 검열하라고 했더니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의장도 서명했다.

합참은 2함대사령부에서 보고한 사건발생시각 오후 9시15분도 임의로 수정했다. ‘1’에 ‘ㄴ’을 그려 9시45분으로 발표했다. 보고 내용에서 ‘폭발음 청취’도 삭제했다. 감사원은 합참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10-06-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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