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1주년] 소나무에 새겨진 ‘해병 투혼’

[연평도 포격 1주년] 소나무에 새겨진 ‘해병 투혼’

입력 2011-11-22 00:00
업데이트 2011-11-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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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포탄들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북한 황해도 개머리 기지에서 날아오른 방사포탄들이었다. 집중 포화를 맞은 연평부대에서 피어오르는 화염과 포연은 마을 앞 부둣가에서도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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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3일 휴가길에 나섰다가 북한의 포격으로 해병대 연평부대가 화염에 휩싸이자 서둘러 복귀하려다 포탄에 맞아 숨진 서정우 하사의 해병대 모표(모자에 붙이는 마크)가 길가 소나무에 깊이 박혀 있다.  해병대 제공
지난해 11월 23일 휴가길에 나섰다가 북한의 포격으로 해병대 연평부대가 화염에 휩싸이자 서둘러 복귀하려다 포탄에 맞아 숨진 서정우 하사의 해병대 모표(모자에 붙이는 마크)가 길가 소나무에 깊이 박혀 있다.
해병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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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우 하사
서정우 하사
제대를 한 달 앞두고 12박13일간의 마지막 휴가길에 올라 인천으로 떠날 여객선을 기다리던 서정우(당시 22세) 병장은 멀리 부대에서 피어오르는 시커먼 연기에 넋을 잃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 부대로 달려갔다. 어엿한 청년이 된 아들의 귀향을 바라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도 잠시 뒤로 미뤄놨다. 반격에 나설 연평부대 화기중대의 81㎜ 박격포 사수라는 임무가 먼저 떠올랐다. 화염과 포연 속 사지(死地)에 남아 있을 동료들을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부두에서 출발한 버스가 부대 앞에 도착하자마자 튕기듯 뛰어내려 무작정 부대로 이어진 언덕길을 내달려 올랐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동료들보다 한발 앞서 달리던 서 병장의 바로 앞에서 적의 122㎜ 방사포탄이 불을 뿜었다. 북한이 2차 포격에 나선 오후 3시 15분쯤 서 병장은 그렇게 흩어지는 화염과 함께 스러져 갔다.

이튿날 서 병장이 산화한 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길가 소나무에서 뭔가 반짝이는 물체를 동료 해병들이 발견했다. 서 병장의 정모에 붙어 있던 해병대 모표였다. 포격 당시의 충격에 날아간 모표는 소나무 줄기 한가운데에 또렷하고 깊게 박혀 있었다. 억울하고 분했나 보다. 그래서 포격 현장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려 했나 보다.

서 병장의 모표는 지금 ‘해병의 투혼’이 돼 있다. 해병대는 소나무와 이 모표를 그대로 보존, 영원히 서 병장을 기리기로 했다. 정부는 서 병장을 하사로 1계급 추서하고,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2011-11-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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