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트랙 회의 ‘6자회담 수석대표 참석’ 中제안 거부…실무자 파견 가닥

북한의 대화 공세와 남북관계 개선을 배경으로 중국이 대화 재개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정한 의지가 회담 재개 조건이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한 뒤 공동으로 약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조 본부장은 “6자회담의 중심 목표는 비핵화”라면서 “그 사이 북한이 핵 국가로 선언하고 핵실험을 했기에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비핵화 회담이라는 것을 (북한이) 분명히 하고 6자회담이 비핵화를 위한 성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는 기준을 묻는 말에 “9·19 공동성명과 6자회담 과정에서 맺은 합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북한이 해야만 하는 행동이 분명히 나와 있다”면서 “북한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평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대표도 “북한은 수개월 전 6자회담 과정이 사망했으며 핵무기 능력과 관련된 주제는 결코 협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면서 “6자회담 재개의 장애물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계속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그들의 의무와 약속, 유엔 결의안을 이행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회담을 재개하려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6자 회담의 핵심 사안에 진실하다는 어느 정도의 신호를 우리가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6자회담이 의미 있게 열릴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다시 만들기 위해 북한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이슈가 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지만 오직 여건이 적합하고 북한이 비핵화의 핵심(centrality)을 다시 받아들일 때, 북한이 (비핵화에 역행하는) 방향을 뒤집을 때만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6자 수석 대표의 이런 발언은 비핵화 대화가 성공하려면 대화의 목적인 북한 비핵화에 북한이 명시적으로 동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미가 현 시점에서 이런 기본 입장을 강조한 것은 북한의 대화 공세로 자칫 비핵화 대화의 판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비핵화 측면에서 아직 북한이 유의미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북한이 대화공세로 나선 이후 중국과 러시아에서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한미 양국은 중국이 제안한 1.5(반관반민) 트랙 형식의 6자회담 당사국 회의에 6자회담 수석대표 대신 실무자를 보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 수석대표 등 높은 급이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데이비스 대표는 “아직은 6자회담 수석대표가 모일 때가 안됐다”면서 “6자회담 목적 달성을 위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미의 기본 입장 천명으로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된 공은 북한과 중국으로 다시 넘어가게 됐다.

데이비스 대표는 1박2일간의 방한일정을 마친 뒤 이날 저녁 중국으로 떠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