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예견됐던 ‘황금어장’ 충돌… 日단속선 사고 유도 가능성도

북일 예견됐던 ‘황금어장’ 충돌… 日단속선 사고 유도 가능성도

김태균 기자
입력 2019-10-08 01:32
수정 2019-10-0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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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권 갈등 고조… 양국 관계 새국면

8월 소총 무장 北고속정 이후 신경전 심화
北 “日 불법 침입” vs 日 “불법 조업” 마찰
SLBM 등 잇단 도발에 갈등 유발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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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북서쪽으로 350㎞ 지점에 있는 대화퇴 어장에서 7일 일본 수산청의 어업 단속선 ‘오쿠니’(오른쪽)가 북한의 대형 어선 승무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두 선박이 충돌하면서 북측 선원 60여명이 바다에 뛰어들었으며 전원 일본 측에 의해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퇴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북서쪽으로 350㎞ 지점에 있는 대화퇴 어장에서 7일 일본 수산청의 어업 단속선 ‘오쿠니’(오른쪽)가 북한의 대형 어선 승무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두 선박이 충돌하면서 북측 선원 60여명이 바다에 뛰어들었으며 전원 일본 측에 의해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퇴 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조속히 갖겠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양측 선박의 물리적 충돌이라는 민감한 이슈가 터졌다. 7일 북한 어선과 일본 어업단속선의 충돌이 발생하기 전부터 동해 대화퇴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이미 크게 고조돼 있는 상태였다.

지난 7월까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던 북한 어선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대화퇴 인근해역 조업은 8월부터 급증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 당국의 영유권 주장 등 강경한 태도도 전에 없이 강화됐다.

8월 23일에는 북한 해군으로 보이는 깃발을 단 고속정이 소총으로 무장한 채 일본 어업단속선에 접근해 ‘영해’를 의미하는 ‘테리토리얼 워터’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즉시 퇴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8월 23일과 24일 우리의 전속경제수역(EEZ를 지칭)에 불법 침입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선박들이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 조치에 의하여 쫓겨났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의 EEZ인 대화퇴 어장에서 북한 어선이 조업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이날 양측 선박의 충돌 상황과 경위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물리적 충돌을 유발 내지는 최소한 방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대화퇴 해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 수위를 높인 가운데 지난 2일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대화퇴 인근에 떨어지는 등 북한에 의한 자극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 당시 일본에서는 북한이 일부러 낙하지점을 대화퇴로 잡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대화퇴 인근에서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향후 양측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도 수산업에 대한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만큼 북한으로서는 대화퇴 조업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 4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김 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겠다”고 재차 밝힌 가운데 이번 충돌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9-10-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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