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총격 때 K6 중기관총 ‘공이’ 파손…피탄 22분 만에 北에 30발 조준사격

GP 총격 때 K6 중기관총 ‘공이’ 파손…피탄 22분 만에 北에 30발 조준사격

이주원 기자
입력 2020-05-13 23:58
업데이트 2020-05-1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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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GP 논란 관련 대응과정 발표

K6 원격 격발 고장으로 늑장 대응사격
K3 발사 후 ‘비례성 원칙’ K6 추가 발사
당시 북한군 무반응… 철모 안쓰고 다녀


지난 3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남측 감시초소(GP)에서 발생한 북한 총격 사건에서 군의 대응사격이 늦었던 것은 K6 중기관총의 부품 ‘공이’가 파손됐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1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당일 오전 7시 41분 GP 근무자가 총알이 벽에 부딪히며 발생한 섬광을 보고 진동을 느꼈다. 이어 3회 총격음이 들렸다. GP장(중위)이 비상벨을 눌렀고 7시 45분 GP 전 병력의 전투준비태세가 완료됐다.

이어 부GP장(중사)이 오전 7시 51분 탄흔 3개를 발견했다. 나머지 1개는 오전 8시 5분에 확인됐다. 북한이 발사한 총탄은 GP 관측실에 설치된 방탄 창문 바로 아래 맞았다.

논란은 대응 과정에서 불거졌다. 상황을 보고받은 대대장(중령)은 7시 56분 대응사격을 지시했다. 오전 8시 1분 GP장이 K6에 원격사격체계를 적용한 KR6 사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KR6의 공이(장전된 탄약 뇌관을 때려 폭발시키는 금속 막대)가 파손돼 발사되지 않았다. 군은 3차례 기능 점검을 했지만 결국 발사에 실패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연대장(대령)은 대신 K3 경기관총 사격을 지시했다. 8시 13분, 15발 사격이 이뤄졌다. 총알에 맞은 흔적 3개를 발견한 지 22분 만이며, 처음 충격음을 청취한 지 32분 만이다. 이후 K3가 ‘비례성 원칙’에 못 미친다는 사단장(소장) 판단으로 8시 18분 K6 15발을 수동으로 추가 발사했다. 14.5㎜로 추정된 북한 고사총에 비해 K3는 5.56㎜로 비례성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면 K6는 12.7㎜로 파괴력이 더 크다.

GP 근무자들은 매일 총기 점검을 하도록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고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대응이 늦은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KR6의 고장이 없었다면 원점 확인 이후 빠른 사격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당일에는 총기 고장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4일 현장점검에 나가서야 인지했다. 사단장까지는 총기 고장을 알았지만 상급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장에 있던 GP장이 아닌 대대장의 지시로 사격이 이뤄진 것이 ‘선(先)조치 후(後)보고’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참 관계자는 “지침상에는 KR6를 비롯한 중화기급 무기는 대대장이 지시해 사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사격 원점이 확실하고 급박한 상황이면 GP장의 판단으로 바로 사격할 수 있지만, 당시 짙은 안개로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발사한 4발의 탄착군이 1~2m로 형성돼 의도적 조준사격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합참은 남북 모두 총기가 상대 GP에 조준돼 있어 우발일지라도 GP 벽면에 탄착군이 형성된다고 반박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가 2번 대응사격을 했는데 반응이 없었고, 북한군은 철모를 안 쓰고 다니는 게 관측됐다”며 “이후에도 우발 상황이라는 정황을 입수했지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20-05-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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