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교육·복지 새비전 담은 서민정책으로 승부할 것”

오세훈 시장 “교육·복지 새비전 담은 서민정책으로 승부할 것”

입력 2010-06-05 00:00
업데이트 2010-06-0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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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시자 당선자에게 듣는다>(1) 오세훈 서울시장

6·2지방선거 당선자가 가려진 3일 오전 11시20분쯤 서울시청 기자실 앞에서는 일촉즉발의 장면이 연출됐다.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항의차 방문한 옛 황학동 노점상 철거민들이 소리치며 내려오다, 당선소감을 밝히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던 오세훈 시장과 마주칠 뻔했다. 청원경찰의 대처로 아슬아슬한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서울시 ‘공일호’(01호·수장을 가리키는 청경들의 무전호출 번호)의 업무재개 첫날은 이렇게 장식됐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불보듯 뻔한 난관들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러나 4일 시장 집무실에서 만난 오 시장은 냉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는 재선으로 임기 4년을 맞는 느낌을 사자성어로 줄이자면 ‘악전고투’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비관하지는 않았다. ‘지옥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왔다.’는 세간의 말도 들었지만 시정(市政)에 대한 자신감을 뚜렷이 내보였다. 간간이 여유있게 농담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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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시청 집무실에서 앞으로 4년 동안 중점 추진할 시정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시청 집무실에서 앞으로 4년 동안 중점 추진할 시정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지난 4년간을 돌아본다면.

-혹자들은 지난 4년간 너무 독주했다고 말하는데 정말 그런 적 없다. 어느 집단이나 어떤 사회이든 견제와 균형은 늘 존재한다. 이 두가지 중 하나만 있는 집단은 어디에도 없다. 그동안 할 일을 해왔고 해왔던 일을 계속했을 뿐이다.

→여소야대 상황으로 바뀌었는데.

-그야말로 사면초가, 사면야가(四面野歌)이다. 주변에서 시의회, 구청, 구의회까지 모두 적군(?)으로 둘러싸였다고는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고 생각한다. 쉽게 타협은 안 되겠지만 가슴을 열고 만나 대화하고 이해시키다 보면 순리적으로 일이 풀리지 않겠는가.

→선거에서 특히 느낀 점이 많을 텐데.

-마치 앞으로 자치구나 시의회와 싸움할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지레 그렇게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도 어렵고 사회상황도 복잡한데 시민들이 다투고 싸우는 걸 좋아하겠는가.

→선거 과정에서 TV후보토론 때의 소감은.

-한국의 토론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1분, 길어야 5분을 다투는 토론이다 보니 깊이있는 정책토론은 실종되고 말았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그동안 펼쳤던 시정사업을 알릴 기회였는데 겉핥기식 전달에 그치고 만 것 같아 너무 아쉽다.

→공격적인 모습도 보였는데.

-진심을 담은 정책을 알릴 기회가 없어 답답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다소 공격적으로 변한 것 같다. 물론 반감을 갖는 분들도 계셨겠지만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겠는가 하는 쪽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무엇을 알려주고 싶었나.

-누군가 ‘치열하게 살지 않아, 독하지 않게 살아 좋았다.’라는 말에 ‘그만큼 지켜낼 가치가 없이 살았다는 게 아닌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저에게는 지켜내야 할 가치들이 너무 많다. 3만 5000여명의 직원들을 거느린 수장으로서 내가 헤쳐나아가고 이뤄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

→강남표로 이겼다고도 하는데.

-결코 아니다. 4년 전에 견줘 되레 강남 지지율은 줄었다. 개표를 어느 자치구에서 먼저 하느냐의 문제에 따른 오해였다. 강남권에서 나중에 뚜껑을 열었을 뿐이지, 투표마감 직후 0.5~1%포인트 앞섰다는 자체 분석이 나왔다. 승리한 민주당 기초단체장 출마지역 5곳에서 내가 한명숙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또 한나라당 기초단체장이 당선된 지역에서 구청장들이 얻은 표를 합친 것보다 내가 얻은 표가 26만표나 많았다.

→비강남권서도 고루 표를 얻은 비결은.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많이 폈다. 재산세 공동과세는 강남지역에서 반발이 심했다. 그런 점을 알면서도 나는 굴하지 않았다. 정치적 이득을 따지지 않고 소신있게 정책을 펼쳤다. 정치적으로 보면 얼마나 많은 손해가 오는지 알고 있었지만 서울시를 위한 정책을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소각장, 화장장 등 강남주민이 꺼리는 시설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어넣은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원칙이 있어서 가능했다. 거짓이라면 무엇보다 시민들이 너무 잘 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시민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비강남을 위한 정책을 꼽는다면.

-북서울꿈의숲과 같은 녹지공원 조성 확대나 열린창동극장 같은 문화시설들이다. 북서울꿈의숲은 강북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라며 난리를 피우는 곳이다. 지역주민들의 애정이 담긴 격려에 큰 힘을 얻고 있다.

→뒤처졌을 땐 어떤 마음이었나.

-정말 박빙의 승부를 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출구조사도 반신반의한 게 사실이다. 패배한다는 슬픔보다 패배함으로써 정책이 폄하될까 봐 그게 더 싫었다. 사장될 자식 같은 정책들을 떠올리니 정말 수족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느끼는 듯했다. 그래도 결국 승리하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야말로 이기고도 패장이 된 기분이다. 거의 모든 구청장, 시의원을 잃었기 때문이다. 병사와 장수를 잃은 고독한 패장 말이다.

→서울광장 개방이 발목잡히지 않을까.

-허가제에서 (이전에 야당이 요구했던) 신고제로 변하든 결국 돌고 돌아 원점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가리지 않고 원칙에 맞게 허가를 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화활동을 위한 사용이라면 보수든 진보든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조직개편 등으로 분주할 듯한데.

-기동성을 발휘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겠지만 대대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새 부대는 새로운 정책과 비전, 진실로 지켜야 할 가치들을 담을 것이다. 교육·복지 등 맞춤형 조직을 만들겠다. 구체적으로 잡힌 것은 없지만 준비에 착수했다.

송한수 강동삼기자 onekor@seoul.co.kr
2010-06-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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