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지는 동북아 정세] “北 비핵화 원칙 속 유인책… 현실화 어려워”

[복잡해지는 동북아 정세] “北 비핵화 원칙 속 유인책… 현실화 어려워”

입력 2013-10-05 00:00
수정 2013-10-0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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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양국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불가침 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렸다.

북한은 2003년 6자회담 1차 회의 때 핵무기 개발이 ‘생존’ 차원이라면서 불가침 조약 체결을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다른 나라와 불가침 조약을 맺은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의 불가침 조약 언급을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구실일지 모르지만 북한은 그동안 미국으로부터의 침략 불안감 때문에 핵을 개발한다고 얘기해 왔다. (과거에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한) 불가침 조약도 가능하다고 유인책을 던져 주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비핵화 전제를 재확인한 만큼 큰 무게를 둘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불가침 조약 얘기를 꺼내서라도 북한 핵 문제를 풀어 보겠다는 건 그만큼 북핵 문제가 급한 불이 됐다는 것”이라면서도 “비핵화를 전제로 얘기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 현실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일 양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협력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한 데 대해서는 ‘보통국가’화를 지향하는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경제적·군사적 역할 강화를 원하던 미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시기마다 미·일동맹을 중시하다가 한·미동맹이 그에 못지않게 두드러질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전통적인 동북아 전략은 한·미·일 협력체”라면서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과 물밑작업을 했다. 미국 또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강화가 동북아의 전략적 이해에 어긋나지 않고,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사일방어(MD) 체제나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에서 한국도 역할을 해 달라는 미국의 우회적 메시지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은 “미국이 일본에 힘을 실어 줌으로써 중국에 맞서 동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맞추는 큰 틀에서 이뤄지는 일”이라면서 “자위대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 원하지 않게 한반도 주변에서 충돌이 촉발될 수도 있는 만큼 한·일 간에 긴밀한 군사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10-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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