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바람까지 재는 北 “대남전단 살포 지역 풍향 관측 중”

대놓고 바람까지 재는 北 “대남전단 살포 지역 풍향 관측 중”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6-23 11:20
수정 2020-06-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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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기상수문국, 전단 살포 적합 지역 지형·시간·장소 확인 중

“청와대까지 전단 날아갑니까”
北, ‘주민들 문의 쏟아내’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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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규모 대남 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일 보도하며 공개한 대남 전단의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대규모 대남 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일 보도하며 공개한 대남 전단의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정작 북한은 대남전단을 뿌리기에 가장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찾기 위해 바람 방향까지 공개적으로 재고 있다며 알렸다.

23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에 따르면 송철만 기상수문국 부국장은 대남전단 살포에 적합한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최근 접경지대 지형을 확인하고 풍향을 세분화해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노의 민심’ 삐라 소나기 부을 시각”
대남전단 살포 위한 기상예보 완비 주장
대남전단 실효성 묻는 질문들은 공개 안해

기상수문국은 남한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송 부국장은 대남전단 살포에 나설 경우 기상예보를 정확히 통보해주기 위한 체계도 완비했다며 “분노의 민심이 어린 삐라 소나기를 쏟아부을 그 시각이 오면 우리도 자기의 할 바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이 기상수문국에 전화를 걸어 전단 살포와 관련한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주요 문의 내용은 ‘북남공동연락사무소 자리에서 삐라를 살포하면 청와대까지 날아갈 수 있는가’, ‘접경지대 어느 장소가 삐라 살포 투쟁을 전개하는데 가장 적중한 곳인가’, ‘접경지대 기상 일보를 수시로 알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을 비방하는 대남전단이 청와대가 있는 서울 한복판까지 날아가 터질 수 있는지를 묻고 대남전단에 공감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높다는 것을 계획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남한에 미칠 대남전단 살포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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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낙랑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 노동자들이 신문을 읽으며 대남 적대 사업에 동참하는 모습을 전했다. 북한은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대남 적대 국면에 돌입한 뒤 최근 대북 전단(삐라)에 대한 보복으로 대남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낙랑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 노동자들이 신문을 읽으며 대남 적대 사업에 동참하는 모습을 전했다. 북한은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대남 적대 국면에 돌입한 뒤 최근 대북 전단(삐라)에 대한 보복으로 대남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20일 ‘文얼굴에 담뱃재’ 전단 실물 공개
22일 전단 1200만장, 풍선 3천개 준비
북한은 남북 통신연락선 차단과 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세 번째 보복 조치로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했었다.

지난 2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얼굴에 담뱃재·담배꽁초와 함께 비방하는 문구를 담은 대남전단 실물을 공개했고, 22일에는 전단 1200만장 인쇄를 마치고 풍선 3000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정확한 살포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탈북민 단체가 전날 밤 대북전단 살포를 했다고 밝힌 만큼 시기적으로 당겨질 가능성은 있다.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 전후로 대남전단을 뿌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여정 “탈북자 쓰레기들, 최고 존엄을”
“조국 배반한 들짐승보다 못한 똥개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노동신문 담화에서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5월 31일 ‘탈북자’라는것들이 전연 일대에 기어나와 수십만 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우리 측 지역으로 날려보내는 망나니 짓을 벌려놓은 데 대한 보도를 봤다”며 “사람 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며 ‘핵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글자나 겨우 뜯어볼까 말까 하는 그 바보들이 개념 없이 ‘핵문제’를 논하자고 접어드니 서당개가 풍월을 짖었다는 격이라 해야 할 것”이라며 “조국을 배반한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들이 사람 흉내를 내보자고 기껏 해본다는 짓이 저런 짓이니 구린내 나는 입건사를 못하고 짖어대는 것들을 두고 똥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제1부부장은 “똥개들은 똥개들이고 그것들이 기어다니며 몹쓸 짓만 하니 이제는 그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비난의 화살을 한국 정부에 돌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북한 ‘대규모 대남삐라 살포 준비사업 추진’
북한 ‘대규모 대남삐라 살포 준비사업 추진’ 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2020.6.20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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