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없는 뇌물사건…한명숙 유무죄 금주결론

물증없는 뇌물사건…한명숙 유무죄 금주결론

입력 2010-04-04 00:00
업데이트 2010-04-0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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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 진술 신빙성,정황증거,한 前총리 진술거부 ‘관건’

 치열한 장외공방과 함께 진행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1심 판결 선고(9일)가 닷새를 남겨두게 됐다.

 이 사건은 검찰이 인사청탁의 대가로 5만달러를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을 유력한 증거로 삼은데 대해,한 전 총리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물증없는 뇌물사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전 총리의 유무죄 판결이 6월2일 실시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최대 변수인데다,일주일에 많게는 4차례의 공판이 열리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일일연속극’과 같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검찰은 돈을 줬다는 곽씨의 진술 외에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지는 못했다.은행계좌나 수표를 이용하는 대신 현금(달러)을 전달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곽씨 진술과 10여년간 지속된 두 사람의 각별한 친분관계,총리실 오찬 이후 남동발전 사장에 선임된 사실 등의 정황증거를 내놓는데 주력했다.

 반면 변호인은 진술거부권 등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동시에 검찰이 공소사실과 무관한 사안들을 공개하고 있다면서 철저히 부인하거나 무시하는 전략을 썼다.

 재판부가 뇌물을 줬다는 곽씨 진술의 신빙성이나 검찰이 제시한 여러 정황증거를 받아들여 한 전 총리의 유죄를 인정할지,아니면 물증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할지 닷새가 지나면 궁금증이 풀리게 된다.

 ◇곽씨 진술 신빙성 ‘핵심’

 대법원 판례는 수뢰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뢰 사실을 시종 부인하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으면 공여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1차적 기준으로 삼는다.

 검찰은 곽씨가 뇌물을 준 시점과 장소,금액,경위,동기 등 핵심적인 사항을 일관되게 진술한 이상 신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처음에는 돈을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줬다고 했다가 의자에 두고 왔다고 말을 바꿨지만,이는 나중에 새로 기억해낸 사실을 분명히한 것이고 곽씨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진술이 변경된 게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또 한 전 총리가 최고위 공직자인데다 여성이란 점을 감안해도 직접 손에 쥐어 주는 것보다는 의자에 놓고 나오는 방식이 더욱 자연스럽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변호인은 곽씨의 진술에 합리성과 일관성이 없어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뇌물액이 10만에서 3만,5만 달러 순으로 여러 차례 변경됐고 그 경위도 석연치 않으며 한 전 총리가 오찬이 끝나고 ‘잘 부탁합니다’는 말을 한 시점과 상황에 대한 진술도 오락가락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정황증거 인정여부 ‘주목’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포함된 여러 정황증거도 면밀히 살필 전망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로부터 고가의 골프채를 받을 정도로 오랜 기간 곽씨와 친분을 유지했고 가족과 수십차례 해외로 출국했는데도 환전 기록이 전혀 없으며,아들이 해외유학 중임에도 별다른 송금 내역이 없는 점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환송을 위한 총리실 오찬에 당사자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민간업자인 곽 전 사장을 부른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이런 점이 공소사실의 입증 여부와 무관하고 오찬 당시 상황이 돈을 전달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다면서 검찰의 기소가 한 전 총리에게 정치적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고 맞섰다.

 공소사실 이외에 검찰이 재판 도중에 내놓은 ‘제주도 골프 기록’ 등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입장을 갖고 나올지도 주목된다.

 ◇진술거부권도 ‘변수’

 한 전 총리가 수사 단계부터 변론이 끝날 때까지 검찰 신문에 철저하게 불응한 것이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에 어떤 요소로 작용할지도 관심이다.

 검찰은 통상적으로 답변 거부는 신문 과정에서 다른 범죄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것이 두렵거나,합리적인 해명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한 전 총리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변호인은 ‘표적 수사’에 맞서 법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

 대법원 판례도 ‘피고인은 방어권에 기초해 범죄사실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이 경우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것을 죄를 반성하지 않는다는 비난요소로 보아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러한 행위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실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기인한 경우에는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참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뇌물사건의 전형’으로 기록될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놓게 될지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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