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부들이 인간답게 살게 도와주세요”

“베트남 신부들이 인간답게 살게 도와주세요”

입력 2010-07-18 00:00
업데이트 2010-07-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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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민 모두가 도와주십시오.”

 신혼 일주일만에 한국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20살 베트남 새댁 탓티황옥(20)씨의 친정 아버지 탁상씨는 호소했다.

 탁상씨는 17일 오후 베트남 최남단 껀터시 외곽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문상온 한나라당 소속 한선교 의원 등 한국 조문단을 맞아 이런 바람을 밝혔다.

 한 의원,호찌민 주재 한국총영사관,태광비나 등 현지 진출 기업체 대표들로 이루어진 10여명의 조문단은 이날 오전 일찍 호찌민시를 떠나 자동차로 6시간만에 껀터시 꺼더읍에 있는 고인의 친정집을 방문했다.

 고인의 친정집 동네는 소수민족인 크메르계 주민 300여명이 사는,베트남의 전형적인 가난한 농촌이었다.좁은 비포장 골목을 오토바이로 한참 찾아들어가자 고인의 친정집이 나왔다.집 앞에는 한국에서 온 조문단이 찾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듯 마을 주민 50여명이 몰려와 있었다.

 한국 조문단이 도착하자마자 고인의 친정아버지 탁상씨와 친정어머니 쯔엉티웃씨가 모습을 드러냈다.폭염 때문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조문객을 맞은 탁상씨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조문단은 먼저 어머니를 위로했다.고인을 포함해 슬하에 1남4녀를 두고 가난하지만 단란했던 생활을 해왔던 어머니는 자식들 가운데 가장 효녀였던 고인을 잃은 충격 때문인지 조문단을 맞으면서도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이 먼곳까지 찾아주신 한국인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한국은 아름다운 나라라고 딸이 늘 말을 했어요....여러분들께서 한국에 시집간 다른 베트남 여성들을 인간답게 행복하게 그리고 공평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어머니는 조문단에게 이 말을 건넨 뒤 한동안 입을 닫았다.그 사이 양복 상의를 걸친 아버지 탁상씨가 아내를 대신해 말문을 열었다.

 “사위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그가 공정한 법의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원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우리처럼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받을 겁니다.제 주위의 친인척이나 친구 딸 가운데도 상당수가 한국에 시집을 갔습니다.다른 집 자식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우리 가족에게만 이런 시련이 찾아왔는지...”탁상씨 역시 슬픔에 겨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저희들만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야죠...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배려와 관심을 촉구합니다.”고인과 유독히 친했다는 막내 여동생 탓티한(18)양은 “언니가 마지막으로 집을 찾은 것은 지난달 29일이었어요.그날 저녁 9시쯤 형부와 함께 집에 왔더군요.그리고 다음날 일찍 한국으로 떠나야 한다면서 집을 나섰어요.그것이 언니와의 마지막 상봉이었어요.”탓티한 양은 “언니가 지난 1일 한국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더군요.이틀 뒤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라며 오열하면서 말을 끊었다.

 탁상씨는 “처음 딸이 한국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하길래 집에서는 별다른 반대가 없었어요.부모로서 반대할 이유가 없었어요.그런데 이것이 뭡니까?”조문단을 대표해 한 의원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그는 한국에 결혼 이주한 대다수 베트남 여성들은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회 및 국민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포함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동행한 태광비나의 정주경 사장도 “베트남 진출 1세대 한국 기업의 하나로 2만명이 넘는 현지 직원들을 고용하는 기업체 대표로서 아픔과 함께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유가족이 슬픔을 딪고 하루빨리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임직원들의 뜻을 모은 성금 2만달러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한 시간 가량의 조문을 끝내고 호찌민시로 돌아오는 조문단에게 탁상씨는 배웅인사를 했다.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인륜을 저버린 죄를 지은 사위가 공평하고 합당당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또 한국에 시집간 베트남 여성들을 여러분의 딸이라고 생각하시고 그들이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이것이 저의 마지막 부탁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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