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린이들이 전한 ‘북한의 어린이날’

탈북 어린이들이 전한 ‘북한의 어린이날’

입력 2011-05-04 00:00
업데이트 2011-05-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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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어린이날은 있지만…운동회에 모형 수류탄이”

북한에도 어린이날은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선물을 받는 ‘특별한 날’은 아니다.

5월이면 북한에서도 어린이 운동회가 곳곳에서 열린다. 운동회 역시 한국처럼 온 가족이 모여 도시락을 먹고 즐겁게 뛰어노는 ‘어린이 세상’은 아니라고 한다.

최근 탈북한 두 새터민 어린이들이 북한의 5월 모습을 전하고, 한국에서 처음 맞이한 어린이날과 학교 운동회에 대한 기대감과 소감을 밝혔다.

◇”북한에도 어린이날은 있지만..”

”북한에도 어린이날은 있는데 여기(한국)처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학교 갔다와서 친구들과 제기차기, 줄넘기, 돌치기하고 노는 게 다에요”

경기도에 사는 김진영(12.가명.초등 5년)양은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인 탈북 새터민 어린이다. 여동생(10)과 함께 부모를 따라 지난해 12월 탈북해 남한에 정착했다.

남한에 정착하고 5일 첫번째 어린이날을 맞는다.

”북한에서는 어린이날이 명절이 아니에요. 남한처럼 선물을 주지 않아요. 어머니가 특별히 집에서 떡이나 맛있는 거 해주시거나 삼촌 집이나 할아버지 집에 가서 놀아요”

어린이날이라고 관청에서 아이들에게 과자나 쌀 등을 배급하는 일은 없고 평범하게 보냈다고 했다.

진영 양의 기억 속에는 이렇게 보냈던 고향의 어린이날 풍경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북한에서는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는데 남한에서 어린이날은 설레고 기대되요”

어린이날을 앞둔 학교 친구들이 놀이공원에 놀러간다고 하거나 어떤 선물을 받기로 했다는 말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남한에 온 뒤 한 번은 교회에서, 한번은 부모와 같이 용인에 있는 놀이공원에 가봤다는 진영 양은 이번 어린이날에 놀이공원에 놀러가고 싶다고 했다.

진영 양은 “학교 친구들이 갖고 있는 게임기를 보고 사달라고 말했었는데 엄마가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돈 벌어서 사주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다시 사달라고 말해 보겠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어 “북한에서는 콩 찧어 떡 해먹고 강냉이와 흰쌀 섞인 밥을 먹었는데, 이번(어린이날)에는 놀이공원에서 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선물도 받고 싶다”고 했다.

◇”북한 운동회는 모형 수류탄과 막대기로..”

어머니, 누나와 함께 탈북해 안성 하나원에서 생활하면서 지난 3월 28일 안성시 삼죽면 삼죽초등학교 6학년에 입학한 박모(13)군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난 3일 학교 운동장에서 ‘너무나 낯설고 신기한’ 운동회를 경험했다.

한국에서 처음 참가한 이날 운동회는 달리기, 줄다리기, 공던지기 등 한국의 학생들에게는 늘 보던 풍경이지만 박군에게는 그랬다.

박군이 받은 이같은 느낌은 새터민 자녀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받은 이 학교 재학 새터민 학생 40명이 대부분 비슷했다.

탈북전 유치원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 모두 8차례 운동회를 경험한 박군은 북한의 운동회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6.6절’(6월6일)로 불리는 북한의 어린이날에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일제히 비슷한 유형의 행사가 열린다.

운동회에서 한국은 청군과 백군으로 구분하듯, 북한에서는 ‘석탄.진석’(중학교)이나 ‘목란.진달래’(초등교)로 편을 나눠 노래도 부르며 열띤 응원전도 펼친다.

운동회에는 한국처럼 줄다리기나 공 등이 아니고 모형 수류탄이나 막대기가 등장한다.

박 군은 “북의 6.6절 운동회는 눈을 가린 채 볏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향해 뛰어가서 때리고, 찌르고, 베는 놀이를 한다”며 “눈을 감고도 미제(미국)를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고 거침없이 설명했다.

또 “(북에서는)응원소리가 적으면, 점수 깎인다”며 이날 달리기를 하는 같은반 친구들을 위해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응원을 했다.

북한에서 고교 교사(국문학 전공)를 하다, 탈북해 지난 3월 21일자로 삼죽초교의 ‘탈북학생 밀집학교 전담 코디네이터(교사)’로 첫 부임한 이모(39.여)씨도 “모든 예.체능과 마찬가지로 6.6절 행사도 북한에서는 사상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모든 학생들이 응원과 구호판을 들고 100% 참석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권재오 교장은 “남한에서는 처음으로 이 학교에 입학, 교육을 받는 탈북 학생들이 운동회나 어린이날 행사에 대해 큰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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