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쓰레기 투기…“버릴 곳이 없어요”

대학가 쓰레기 투기…“버릴 곳이 없어요”

입력 2011-05-06 00:00
수정 2011-05-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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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의 한 대학가. 새벽녘 원룸촌 곳곳에선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정적을 깨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몇 걸음만 옮기다보면, ‘구청’이라고 적힌 형광색 조끼를 입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쓰레기 봉지의 매듭을 묶고 있다.

”아휴~ 냄새. 이 쓰레기 더미가 하루 밤사이에 쌓인 거야. 대학생들이 먹다 남은 통닭을 배달봉지에 그냥 버리는 건 양반이지”

이들은 매일 아침 청소를 나온다는 구청 소속 청소요원으로, 하루가 다르게 쌓이는 쓰레기들을 보며 아직까지 ‘못 사는 나라구나’라고 한탄한다고 한다.

S대 인근 전봇대 앞을 치우던 김모(52.여)씨도 “두손 두발 다 들었다”라며 “이렇게 치워도 반나절이 못가서 또 학생들이 무덤처럼 쓰레기를 쌓아둔다”고 말했다.

악취가 나고 벌레가 들끓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해당 구청과 원룸 주인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고 CCTV까지 설치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지식의 상아탑인 대학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문제가 있다”라며 “대학생들이 양심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원룸 주변에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 아무데나 내던져 버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실제 원룸촌을 찾아가보니, 10곳 가운데 1곳 꼴로 쓰레기 분리시설이 설치돼 있을 뿐 다른 곳에서는 쓰레기통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전봇대 앞이나 기둥 옆에 쓰레기를 모아두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쌓아둘 순 있어도 분리수거까지는 불가능했다.

대학생 윤모(24)군은 “원룸 주인들도 미관상의 이유로 건물 앞에는 쓰레기통을 두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라며 “그래서 친구들이 전봇대나 기둥에 쌓아두다보니 대충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상당구청 관계자는 “원룸촌에도 폐기물 관리조례 개정을 통해 쓰레기 분리시설설치 의무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특히, 분리수거 개념에 익숙지 않은 유학생 등을 상대로 폐기물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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