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국·과장 로펌서 ‘싹쓸이’

잘나가는 국·과장 로펌서 ‘싹쓸이’

입력 2011-05-11 00:00
수정 2011-05-11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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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관료’들의 대형 로펌행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 자리를 옮긴 공무원들 중에는 고위공직자뿐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중간관리자급 국·과장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관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 법제처 대변인인 홍승진(42)씨는 지난 9일부터 법무법인 광장에서 새로 일을 시작했다. 행정고시 35회 출신인 홍씨는 고려대 법대와 컬럼비아 로스쿨을 나온 수재로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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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내에서도 기획총괄 서기관·국제협력관·경제법제국 법제관·대변인 등 요직을 맡으며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홍씨는 이제 로펌에서 민간 수요에 맞춘 입법 컨설팅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홍씨는 “현대 행정이 법치주의와 절차적 적법성을 강조하는 추세여서 로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문성을 갖춘 ‘잘나가는 과장님’들의 로펌 영입 사례는 홍씨가 처음은 아니다. 김영모(48·행시 30회·부이사관 퇴직) 전 금융위원회 과장·이찬호(47·행시 30회) 전 통일부 과장·김성호(43·행시 35회) 전 법제처 과장이 법무법인(유) 태평양에서 일하고 있다. 조영재(42·행시 37회) 전 지식경제부 팀장은 법무법인 세종에 새 둥지를 틀었다.

●미국변호사 자격증 등 갖춘 인재

이들의 특징은 모두 미국변호사 자격증 등을 갖춘,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재라는 점이다. 김영모 전 과장은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미국 변호사로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과장 등 요직을 거쳤다. 무역·통상 관련 전문가인 조 전 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뒤 국제통상법 전공으로 뉴욕주립대 로스쿨을 나와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대형 로펌들이 이렇듯 중간관리자급 엘리트 관료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이들의 ‘활용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 출신의 경우 인맥을 활용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말하자면 ‘로비’가 주된 임무이지만, 이들은 실무적인 측면에서 업무에 뒷받침이 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법제처의 법률안 사전 지원제도에 대형 로펌들이 가세하는 등 변호사의 업무 영역 다변화에 따라 입법 및 정책입안 과정 요소요소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이들은 거미줄처럼 얽힌 정부 내 사정에 밝고, 법률에만 정통한 변호사들을 보충해준다.”고 설명했다.

●서기관급 연봉 2억까지… 3배↑

이를 두고 정부 내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한창 일할 연차의 우수한 인재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데 대해 우려와 위기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점점 개방형 직위가 늘어 가는 추세를 볼 때 오히려 인재풀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한 서기관은 “선택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같이 일하던 동기들이 거액의 몸값을 받고 자리를 옮기는 것을 보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키운 역량을 결국 자신의 몸값 높이기에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로펌은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대상이 아니긴 하지만, 이들 역시 일종의 ‘전관예우’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서기관급이 로펌으로 옮길 경우 6000만~7000만원이던 연봉이 1억 5000만~2억원 정도로 3배 가까이 뛴다.

유지혜·박성국기자 wisepen@seoul.co.kr
2011-05-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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