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전 5.18에도 SNS가 ‘있었더라면’

31년전 5.18에도 SNS가 ‘있었더라면’

입력 2011-05-12 00:00
업데이트 2011-05-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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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전 5.18에도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말하는 SNS였다면 세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최근 이집트와 튀니지 민주화 사태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인과 관계를 맺고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SNS가 크게 위력을 떨치면서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인 올해 한국 민주화의 초석이 된 1980년 5.18 광주항쟁 당시 SNS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가정(假定)’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80년 5월 항쟁 때 시민들의 소식지 역할을 한 ‘투사 회보’ 제작을 책임졌던 전용호(53) 5.18 뮤지컬 추진위원회 제작단장도 그중의 한 명이다.

당시에는 SNS는 물론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다.

하지만, 최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이용한 SNS는 없었더라도 그 역할을 대신한 소통 창구는 있었다.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제작된 각종 유인물과 대자보 등이 시위대와 광주 시민들이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는 데 중요한 소통 창구가 됐다.

항쟁에 참여했던 대학생들과 5월 유공자들에 따르면 10·26사태 이후 경찰과 정보 당국의 감시가 강화됐고 공개적인 소통의 길을 찾던 학생ㆍ시민들은 현실에 대한 울분을 각종 유인물과 대자보, 심지어 화장실 낙서로 표출했다.

계엄군은 보도 통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았다.

전 단장은 12일 “8일간 광주에 신문이 배달되지 않았다. 유선전화도 불통이었다. 방송도 검열을 받았기 때문에 광주의 실상을 알릴 방법이 없었다. 계엄군의 이동상황, 시민군의 피해, 행동 수칙 등을 직접 손으로 쓴 뒤 밤새 등사기로 밀어 유인물을 만들었고 낮에 시민에게 ‘게릴라식’으로 배포했다”며 “그때 지금과 같은 SNS가 있었다면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덜했을 수도, 군사정권이 무너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1980년 전남대 4학년으로 독재 정부를 규탄하는 대자보와 각종 성명을 기획ㆍ제작ㆍ배포하는 일을 맡았던 5.18 기념재단 송선태(56) 상임이사도 당시 SNS가 없었던 것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송 이사는 “당시에 SNS가 등장했더라면 신군부 집권 음모는 저지됐을 것이고 무자비한 유혈 진압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유언비어도 없었을 것이다. 광주에서의 만행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알려졌을 것이고 민주 세력 결속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화 투쟁 중인 중동ㆍ아프리카 국가들에 SNS를 통해 광주의 교훈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80년 당시 연세대 학보사 기자였던 시사평론가 유창선(51)씨는 “대학 신문도 모두 검열을 받아 제작됐다. 검열을 거부하고 몰래 신문을 찍기도 했다. 그때는 체포와 투옥을 각오해야 했다. 5월18일 광주 상황도 이틀이 지나서야 알았다”면서 “그때 당시 SNS가 있었다면 광주 참극은 실시간 누리꾼들에게 알려졌을 것이고 민주화 요구는 전국을 강타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인터넷을 끊어버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을 차단했지만 시민들의 저항 의지는 막을 수 없었고 며칠 만에 SNS는 복구됐다. ‘소셜네트워크 민주주의’가 탄생한 것인데 31년 전 광주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우리 현대사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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