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 사이 새벽에 충북과 경기 일대에서 도난차량을 이용해 노상에 설치된 현금인출기를 통째로 훔치거나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잇따르고 있으나 경찰은 용의자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4건의 범행 수법이 유사한 점으로 미뤄 동일범 소행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음성(3월)과 안성(5월) 사건의 경우 현금인출기를 통째로 차 뒤쪽에 밧줄로 매달아 훔쳐 달아나다 미수에 그쳤고, 수원과 안산(이상 5월) 사건의 경우 현금인출기를 차에 싣고 도주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수원과 안산에서 발생한 2건의 현금인출기 도난 사건으로 인한 피해 금액은 1천200여만원에 달한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3시15분께 안성시 미양면의 한 마트 옆에 설치된 사설업체의 현금인출기가 100여ｍ 떨어진 곳에 버려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애초 설치장소에서 버려진 곳까지 도로에서 현금인출기를 끌고 간 흔적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경찰은 범인이 현금인출기를 차에 매달고 가다 여의치 않자 버리고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변 CCTV에 범행 장면이나 용의자는 찍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오전 7시30분께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고잔역 인근 상가건물의 1층 전자담배가게 옆에 설치된 현금인출기가 사라진 것을 업체 관계자가 신고했다.

무게 350㎏가량의 현금인출기에는 470여만원이 들어 있었으며 현금인출기 주변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추정시간대인 오전 3시30분께 경보가 울렸지만 보안업체 측은 오작동으로 여기고 출동하지 않았다.

이보다 한달 앞선 4월6일 오전 3시50분께는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의 모 마트 옆에 설치된 같은 업체의 현금인출기(150㎏)가 사라졌다. 현금인출기 안에는 780여만원이 들어 있었다.

또 한달 앞서 충북 음성에서는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3월3일 오전 3시57분께 음성군 삼성면의 한 골프장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이 골프장 건물 뒤쪽에 설치된 현금인출기를 통째로 훔쳐 도난차량을 타고 도주하다가 미수에 그친 것을 관리업체 직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용의자는 차량 뒤쪽에 현금인출기를 밧줄로 매달아 1㎞가량을 도주하다가 차량이 옆으로 넘어지자 차를 버리고 그대로 달아났다.

도난당할뻔한 현금인출기에는 2주 전 4천만원이 입금됐으나 도난당한 금액은 없었다.

경찰은 수원사건 현장 주변 CCTV 분석을 통해 도난차량이 범행에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용의자가 찍힌 영상은 화질이 흐릿해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현금인출기를 관리한 전.현직 직원, 동일수법 전과자 또는 현장 주변이나 도주 경로로 추정되는 곳에 설치된 CCTV 등을 분석해 용의자 신원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피해를 입은 업체 측에 노상에 설치한 현금인출기를 실내로 옮겨 달도록 요청하는 한편 도난방지 시스템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범인은 밤늦은 시각 노상에 설치된 현금인출기만을 노렸다”며 “수원사건을 빼면 현장 주변 CCTV에 단서가 될만한 장면이 찍힌 것은 없지만 다각도로 범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