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브캐널사건, 미군 ‘고엽제’ 열쇠되나

美러브캐널사건, 미군 ‘고엽제’ 열쇠되나

입력 2011-05-24 00:00
수정 2011-05-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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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환경재난지역’ 선포, 고엽제 소송 잇따라

주한 미군 기지내 고엽제 매립의혹 파문이 미군측의 해명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1978년께 미국에서 일어난 ‘러브 캐널(Canal.운하)사건’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당시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퇴역 미군이 고엽제를 매립했다고 주장한 1978년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주한 미군이 그 해 왜 유해 화학물질을 갑작스레 처리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러브 캐널사건은 1940년대 미국 화학회사가 뉴욕주 나이애가라 인근지역 러브운하 공사현장이었던 학교부지에 유독성 화학물질을 매립, 학생과 주민의 각종 질환을 유발한 환경사고다.

미 연방정부는 1978년 이 지역을 환경재난지역으로 선포, 235가구 주민을 이주시키고 주택과 학교를 철거했다.

문제의 회사가 매립한 화학물질이 바로 고엽제 성분에 포함돼 있는 다이옥신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유해물질이었다.

또한 1978년은 국제사회에 고엽제 피해가 점차 알려지면서 미국과 호주 등에서 베트남전 참전자들이 고엽제로 인한 각종 질환을 호소하며 고엽제 제조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한 해다.

이처럼 당시 미국에서 고엽제의 위험성 등 유해 화학물질과 관련한 문제가 잇따라 제기된 사회적 분위기가 주한 미군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한 미군은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묻었다는 증언이 나온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옮겨진 오염물질 목록에서 고엽제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주한 미군은 23일 캠프 캐럴 현장 공개와 현황 브리핑에서 1978~1980년 기지 내에 제초제, 살충제, 솔벤트 등 오염물질과 오염된 토양을 매립했다 다시 캐내 기지 밖으로 옮겼다면서 반출 목록에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군은 2004년 기지 내 관측용 관정 13곳에 대해 토양 샘플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1곳에서 다이옥신 1.7ppb가 검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석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1978년은 러브 캐널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치가 있었고 고엽제가 독성물질이라는 것이 알려져 소송이 제기되던 때”라며 “주한미군이 화학물질을 갑자기 처리한 것과 연관돼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엽제도 제초제의 일종이라 미군이 명칭을 통합해 쓰면서 기록에서 고엽제가 빠져있을 가능성도 있고 미군이 주기적으로 다이옥신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며 “미군이 반출했다는 오염물질의 행방을 비롯해 정확한 사실 확인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 캐럴 현장 브리핑에 참석했던 한 환경 전문가도 “30여년전 일에 대해 미군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과 당시 미국내 사회적 분위기 등을 이해하는 것이 이번 고엽제 매립 의혹을 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군과 협조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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