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캐럴 화학물질 60t 어디로

캠프 캐럴 화학물질 60t 어디로

입력 2011-05-25 00:00
수정 2011-05-2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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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8군이 1979~1980년 경북 칠곡 캠프 캐럴 미군기지 내에 파묻혔던 화학물질과 주변의 흙 40~60t가량이 기지 외부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처리’됐다고 지난 23일 밝힘에 따라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됐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어떤 방식으로 처리됐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당초 묻혀 있던 기지 내에서 다른 지역에 매립했거나 오폐수처럼 강이나 바다에 내다버렸다면 문제는 커진다. 이미 수십년이 흘러 산과 강을 오염시키고,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의 몸으로 축적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주한 미8군이 화학물질들을 옮겨 처리할 때 환경 오염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소각 등의 방식으로 안전하게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캠프 캐럴 내에 다시 재매립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주한 미8군이 수십년간 사용해야 하는 기지 앞마당에 묻는 것은 미군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의 한 관계자는 24일 “통상적으로 화학물질은 미국으로 보내도록 돼 있는데 정확한 처리 방법과 장소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 관계자도 “미군이 ‘처리’라는 표현을 쓴 점을 고려할 때 문제의 물질들을 단순히 외부에 버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출된 화학물질과 토양이 정상적으로 폐기되거나 미국으로 반출되지 않고 국내 다른 곳에 다시 매립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그럴 경우 추적조사를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옮겨진 오염물질과 토양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밝히는 것이 한·미 공동조사단의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하지만 주한 미군 측이 오염물질을 반출하면서 목적지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에 대해 의구심 어린 시선이 많은 만큼 한·미 공동조사가 보다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정부 안팎의 지적이다. 고엽제 매립 의혹 정부대응 태스크포스(TF)팀 관계자는 “현재로선 우리 정부 차원의 별도 대책이나 조치가 추진되지는 않고 있고, 빨리 공동조사단이 구성돼 의문점들을 하나하나 체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F팀은 24일에도 실무회의를 열어 한·미 공동조사단 구성에 대해 논의했다. 26일에는 한·미 공동조사단 구성을 위해 주한미군지위에 관한 협정(SOFA) 환경분과위를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주중 공동조사단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78년 이전에도 고엽제가 매립됐다는 의혹과 캠프 캐럴 이외의 기지에도 화학물질이 묻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확증이 나오기 전까지는 조사 범위를 더 확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오이석·유지혜기자 hot@seoul.co.kr
2011-05-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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