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다시 불붙는 대리모 논쟁

[생각나눔]다시 불붙는 대리모 논쟁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1-10-02 00:00
수정 2011-10-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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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자를 제공한 대리모는 처벌돼도 자궁을 빌려준 대리모는 처벌되지 않는다?

 최근 경찰이 사상 처음으로 불임부부와 대리모를 돈을 받고 연결해준 브로커를 구속하면서 돈을 받고 난자를 제공한 여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반면 수정란을 착상한 대리모 9명은 처벌을 받지 않는 법의 맹점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젊고 건강한 여성이 수정란 대리모가 될 경우 여성의 몸은 임신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논란과 함께 불임부부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0일 대리모 알선 브로커 A(50)씨를 구속하고 이를 도운 간호조무사 B(2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 과정에서 11명의 대리모도 함께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난자를 직접 제공한 2명만 불구속 입건되고, 나머지 9명은 아무런 처벌도 없이 풀려났다. 이에 대해 이흥훈 국제범죄수사대 경위는 “생명윤리법상 정자와 난자를 돈을 주고 사고파는 행위는 처벌할 수 있지만, 단순히 몸(자궁)만 제공한 사례는 처벌할 수 없다.”면서 “최근 국회에 발의된 법조항까지 살피고 조사를 많이 했지만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누구든지 재산상 이익을 조건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가져와 수정시킨 뒤 수정란을 금전을 주고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2005년 박재완(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나라당 의원이 비상업적인 대리모는 허용하되 금전 거래는 금지하는 내용의 ‘체외수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2009년에는 김소남 한나라당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잇따라 법안이 마련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법 개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리모 문제에 대해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려 손질이 쉽지 않은 데 있다. 금전적 대가를 받는 대리모 거래를 불법화하면 반대로 비상업적인 대리모는 합법화해야 한다. 불임부부들의 요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과반수가 비상업적인 대리모조차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불임부부들을 위해 대리모를 양성화하려고 해도 국민의 비판이 많아 주무부처인 복지부조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리모를 도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일은 국민적 합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내년에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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