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들이 싸우는데, 빨리 와 보세요.”, “이게 민사 사안이라니요. 경찰관이 해결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니에요?”
3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민원인을 가장한 여성 평가원들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한 웃지 못할 추억을 가진 관내 경찰관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충북경찰청이 경찰관들의 서비스 제공 자세를 파악하기 위해 민원인을 가장한 평가원을 투입하는 ‘미스터리 쇼핑’ 기법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상태가 불량한 치안서비스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불만이 있어도 일반 제품처럼 반품하거나 보상받을 길이 없다”면서 “불량품이 나오는 것을 신속히 차단하기 위해 이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신고 전화번호인 112로 신고를 하면 해당 경찰관이 출동 중 ‘몇 분 내에 도착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지, 도착은 제때 하는지, 인사를 하고 원인조사에 나서는지, 사건조치는 제대로 하는지 등 여러 가지가 평가 대상이다.
평가원들이 활동 후 제출하는 자료는 징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직원들을 교육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민원인을 잘못 응대했다가 따끔한 소리를 들으며 교육을 받는 경찰관도 있다.
이 관계자는 “채권ㆍ채무 관계로 다투는 민원인들에게 ‘민사로 해결하라’며 시큰둥하게 대하면 불만이 터져 나오지만 법률을 설명하고 상세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불만이 쑥 들어가는 것은 물론 칭찬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교통사고 때 다짜고짜 ‘면허증을 달라’는 말부터 하는 경찰관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다치신 데는 없느냐’, ‘많이 놀랐느냐’며 당사자들을 진정시킨 뒤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술을 받는 경찰관들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활용된 이 기법은 이미 3차례 진행됐다.
지난 6월 관내 12개 경찰서가 차례로 평가받은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도 평가가 한 차례 더 예정돼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는 여성 모니터요원들이 나섰지만 하반기에는 충북 남부권과 북부권 경찰서 직원들이 민원인을 가장해 서로를 평가하는 방법도 모색되고 있다.
경찰관 스스로 민원인 입장이 돼 출동한 경찰관의 사건ㆍ사고 처리방식을 본다면 서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 감안됐다.
충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은 규제하고 단속하는 주체가 아니라 치안복지라는 양질의 제품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주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미스터리 쇼핑 기법을 활용하면서 좋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