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수사권 또 갈등…내사범위 놓고 충돌

檢·警 수사권 또 갈등…내사범위 놓고 충돌

입력 2011-10-12 00:00
수정 2011-10-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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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사도 수사…지휘 받아야”경찰 “수용불가…1차 수사주체 인정하라”

법무부와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대통령령) 초안을 내놓자 경찰이 강력 반발, 검·경 수사권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경찰이 자율적으로 수행한 내사의 범위를 정보수집과 탐문으로 축소하고 참고인 조사와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은 수사로 간주해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하는 형소법 시행령 초안을 만들어 지난 10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이에 경찰 수뇌부는 검찰이 경찰의 고유권한인 내사 범위를 축소하고 지배력을 강화함으로써 형소법을 개정한 국회의 입법결단, 견제·균형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진통 끝에 봉합됐던 수사권 조정 분쟁이 3개월여 만에 2라운드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찰 “내사도 수사…지휘 받아야” = 시행령 초안의 골자는 경찰의 내사도 수사의 일부인 만큼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에는 입건 이전 정보수집, 탐문은 물론 참고인 조사,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의 조사활동을 모두 내사로 간주해 경찰의 자율에 맡겨왔다. 범죄혐의를 확인해 입건해야 검찰 지휘를 받는 정식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초안은 정보수집과 탐문을 제외한 참고인 조사,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은 수사로 간주해 검찰의 지휘를 받게 했다. 수사의 법률상 개념을 엄밀히 따져 관행적인 내사를 배제하겠다는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잘못된 일부 수사관행을 바로잡고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안에 따르더라도 경찰이 범죄혐의를 확인하면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하는 수사의 기본시스템은 지금과 같다. 하지만 입건 전 단계에서 지휘를 받지 않고 하던 독자적 내사활동을 할 수 없게 돼 경찰의 권한이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내사기간이 줄어들고 입건 시점이 앞당겨져 입건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검찰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건만 입건하게끔 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초안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건 전 보완수사가 필요한 때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찰 “형소법 정신 훼손…절대 수용불가” = 경찰은 이 같은 초안에 대해 사실상 대부분의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현실을 반영해 경찰의 수사권을 명문화한 수사권 조정의 근본취지를 몰각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6월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수사권 분점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사의 수사권·기소권 독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두 권한을 분리하는 게 기본 방향이지만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혼란을 고려해 일본식 분점구조를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은 경찰을 1차·근본적 수사주체로 정해 자율적으로 수사하도록 하고 검찰은 2차·보충적 수사주체로서 송치한 사건을 심사해 시비를 가르고 필요에 따라 직접 수사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수사통제’ 개념으로 바꿔 부당한 사안만 제한하는 의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권 분쟁 2라운드 불붙나 = 형소법 개정안에 따라 6개월 이내 시행령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검·경은 늦어도 연말까지 시행안을 확정해야 한다.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하지만 벌써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여 다시 정면충돌 양상을 띨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월 1차 수사권 갈등은 검·경의 조직적 반발 속에 김준규 전 검찰총장 사퇴 사태로 이어졌다.

개정 형소법에는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명시하면서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따로 둬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양립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사지휘 범위 등 쟁점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시행령 초안을 놓고 벌이는 양측 신경전은 본 협상에 앞선 기선 제압용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초안 내용을 관철시키기 보다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일종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협상에서는 검·경 양측이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여 총리실의 중재에 따라 타협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제출한 안은 검찰 내부의 입장을 담은 확정되지 않은 초안으로 논의와 보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법무부 안은 경찰과 협의되지 않은 안이라 대통령령 제정 논의의 기본틀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면서도 “형소법과 검찰청법 개정 내용에 맞는 대통령령이 제정될 수 있도록 총리실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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