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5일 재소환 추가 조사
회사 구명청탁을 위해 청와대 인사에게 상품권을 건네고 검사장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의 주장이 검찰 조사결과 일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검찰은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장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게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정권 실세를 향한 무차별 폭로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자신의 발목을 붙잡게 된 셈이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 회장은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비롯해 검찰 고위 인사의 비리를 담은 비망록을 조만간 공개하겠다며 의혹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지난 13일 밤 12시 검찰의 네 번째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회장은 “2000만원어치 상품권 영수증을 건네며 수출보험공사에 건넨 것과 신 전 차관에게 건넨 것 중 어느 쪽인지 확인해 달라고 했는데 검찰이 서둘러 (2000만원만) 발표해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려는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또 “검찰이 이미 무혐의 처리된 횡령 비자금 부분을 다시 조사해 나를 구속하려 한다.”며 “이 부분은 진술을 거부했다.”며 검찰 조사 내용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에 신 전 차관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에게 줄 상품권 5000만원어치를 요구했다는 이 회장의 주장을 조사한 결과 실제 사용자는 SLS그룹 관계자였고, 일부는 수출보험공사 등에 인사용으로 건네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나머지 3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은 구입처와 사용처 모두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곽 위원장과 임 비서관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통해 이 회장의 명예훼손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의 소개로 만난) 사업가 김모씨가 접촉한 검사장급 인사는 모두 4명”이라면서 “그중 한 명을 검찰에서 밝혔는데도 (검찰이) 조사하지 않고 있다. 영상조사 녹화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3일 전 (서울중앙지검) 고위 인사가 제 친한 친구를 만나 ‘우리 검찰이 많이 어렵다. 신재민씨와 관련해 누군가는 정리를 해야 한다’며 압박과 회유를 했다.”면서 “검찰이 압수해 간 신씨 관련 비망록을 곧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신 전 차관에 대해서는 명절 상품권 수수와 일부 법인카드 사용을 인정하는 만큼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주말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을 다시 불러 돈의 대가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1-10-15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