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식어버린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 2010년 12월 그날을 잊었나

벌써 식어버린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 2010년 12월 그날을 잊었나

입력 2011-10-25 00:00
수정 2011-10-2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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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대책에 ‘어린이집 학대’ 되풀이

지난해 12월 17일 인천 남구의 D어린이집 원장 김모(46·여)씨와 김씨의 어머니 이모(64)씨가 어린이들을 학대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공개됐다. 신문지로 만든 몽둥이로 6살도 채 안 된 어린이들을 마구 때리고 손찌검하고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폭언까지 일삼았던 것이다. 사회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컸다. 정부를 겨냥, 아동학대 대책을 세우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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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같은 달 20일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아동 학대자는 어린이집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시 복지부가 약속했던 대책들 가운데 제대로 시행되는 것은 24일 현재 한 건도 없다.

최근 서울 중랑구·동대문구·중구 등 6개구의 구립어린이집에서 아동을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돼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하지만 냄비처럼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리는 식의 대응으로는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당초 추진하려던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 즉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것이다.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7월 15일 어린이집 아동의 체벌·폭언·방임을 금지하고, 영업 정지 및 시설 폐쇄 규정을 포함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지원금의 부정수급을 차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의원입법이 정부입법보다 더 빨리 처리된다.”는 이유로 손 의원과 협의했다. 복지부는 아동학대자를 영구 퇴출시키려던 당초 방안을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모두 10년간 자격취소로 완화해 법안에 넣었다. 그러나 최종 마련된 법안은 1차 관문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일반약 슈퍼판매와 국정감사 등 굵직한 이슈에 밀렸기 때문이다. 손 의원측은 “11월 법안심사소위가 열리면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권교육 강화 방안도 시행할 수 없는 형편이다. 복지부는 어린이집 원장 자격을 취득하기 전 80시간의 직무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을 개정, 확정 단계에 있다. 문제는 시행시기가 2014년이라는 점이다. 현재는 보육교사만 승급 과정에 4시간의 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도입된 아동학대자 신고포상금 제도는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단 1건의 실적도 없다. 복지부 측은 “올해 피해아동 아버지라는 사람이 신고했다가 취하한 사례가 1건 있고, 포상금이 제공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한계를 드러냈다. 2005년 우윤근 민주당 의원도 반드시 CCTV를 설치토록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보육교사 및 인권단체의 반발로 폐기당했다. 복지부 조사에서 일부 부모들조차 “아이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반대하고 있다.게다가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돼 CCTV 논의는 최근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손건익 복지부 차관은 지난 20일 “영·유아시설 문제에 미흡했다.”고 토로했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장은 “저출산 문제와 맞물린 중요한 부분인데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육교사처우 개선과 보육 질 향상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1-10-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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