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폭 난투극 징계 수위 고심

경찰, 조폭 난투극 징계 수위 고심

입력 2011-10-31 00:00
수정 2011-10-3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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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땐 내부 반발…경징계땐 국민 여론 악화 우려



경찰이 인천 조폭 난투극 사건과 관련, 경찰관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초동 대응 미숙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할 경우 조직 내부의 반발이 우려되고, 경징계하자니 국민 여론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조폭 난투극 사건과 관련해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은 신두호 인천경찰청장, 남동서 형사과장·강력팀장·상황실장, 관할 지구대 순찰팀장,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강력팀원 등이다.

신 청장에 대한 징계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고 남동서 형사과장은 경정 계급이기 때문에 경찰청 본청이 징계 처분을 내리게 된다. 인천경찰청은 경감급 이하 나머지 경찰관에 대한 징계 처분을 담당한다.

그러나 인천경찰청은 지난 21일 난투극 발생 이후 관련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 조사가 마무리됐음에도 징계위원회 소집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난투극 발생 이틀만에 인천 남동경찰서장이 직위해제되고 곧이어 인천경찰청 수사과장이 대기 발령되는 등 사건 발생 초기에 일벌백계의 분위기가 몰아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찰공무원 징계령에 따르면 경찰기관의 장은 소속 경찰공무원 중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 그리고 징계의결 요구의 신청을 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관할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 징계의결을 요구해야 한다.

초반에만 해도 관련 경찰관들은 파면이나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24일 “조폭이 숫자가 많다고 출동 경찰관이 위축돼 제대로 된 경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런 직원들은 우리 조직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청장의 이러한 강경 드라이브는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난투극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강력팀원은 지난 26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우리는 조폭들 앞에서 결코 비굴하지 않았고 벌벌 떨지도 않았다”며 “목숨을 걸었던 자랑스러운 강력팀 형사였다”고 반박했다.

지난 29일에도 인천의 한 경사급 경찰관은 ‘경찰청장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청장님께서 취하신 조치들로 인해 더욱 더 후퇴한 느낌”이라며 “언론 인터뷰에서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시던 모습을 보던 순간 실망과 좌절, 배신감에 안타깝기만 했다”고 밝혔다.

실명제로 운영되는 경찰 내부망에서, 징계를 당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조직의 수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천의 한 경위급 경찰관은 “지휘부가 일선 경찰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며 “만일 현장 출동 경찰관들이 중징계당한다면 조직 내부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경찰관들을 경징계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속에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은 경찰 감찰 라인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현재는 경찰관 징계보다는 조폭 검거에 더 열중해야 할 때”라며 “당시 상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경찰관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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