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명숙 무죄에 ‘당혹’…”수용불가”

검찰, 한명숙 무죄에 ‘당혹’…”수용불가”

입력 2011-10-31 00:00
수정 2011-10-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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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선 “결론내고 짜맞춘 것 아니냐” 격앙잇단 무죄선고에 ‘무리한 수사’ 비판론 고개

검찰이 또 위기에 직면했다. 법원이 치열한 유·무죄 다툼에서 한명숙(67) 전 총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31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금품을 줬다는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비록 1심 선고이긴 하지만 이번 수사가 ‘정치검찰’이란 야권의 비난 속에서 진행됐던 터라 검찰의 ‘내상’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국철 금품로비 의혹’과 관련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한 전 총리 사건에서도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뇌물사건에서 작년 4월 무죄를 받은 데 이어 1년6개월 만에 다시 면죄부를 받아들자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면서 검찰이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일단 법원 판결에 대한 검찰의 공식 반응은 매우 간결했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법원의 무죄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므로 항소할 방침”이라며 “세부적인 사안은 판결문 검토 후 대응할 예정”이라는 짤막한 입장만 내놨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법원의 판단을 극도로 불편해하고 일부에서는 불쾌하게 여기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고위관계자는 선고 직후 기자간담회를 하기로 했으나 무죄가 나오자 이를 취소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무죄가 날 수 없는 사건”이라며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에 들어맞는 증거를 다 찾았는데 어떻게 무죄가 날 수 있느냐. 황당하다”고 했다.

법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결론을 내고 짜맞춘 것 아니냐”며 “이런 식이면 앞으로 금전 수사를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법정에서 다 뒤집히는 데 어떻게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전부 무죄라고 한다면 한만호 전 대표의 수표 1억원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목청을 높였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이날 선고가 검찰 수사 전반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한 전 총리가 작년 7월 기소된 이후 1년3개월 동안 무려 23차례나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현장검증, 프레젠테이션까지 해가며 사력을 다한 검찰 내부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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