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다시 열풍… 복권의 사회학

[커버스토리] 다시 열풍… 복권의 사회학

입력 2011-11-05 00:00
업데이트 2011-11-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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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짜리 일주일의 행복 티켓…역전? 역적? 복권, 넌 뭐냐

복권 열풍이다.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사정이 나빠져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일수록 복권에 손을 대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복권 바람도 심상찮다. 지난 7월 발행된 ‘연금 복권’이 당첨의 꿈을 자극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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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을 사는 행위는 심심풀이로 가볍게 해석하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는 종종 도박과 마약에 비유하기도 한다. 당첨이 돼도 상당수가 ‘탕진’의 길을 걷는 사례가 많아 복권은 인생의 ‘독’(毒)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그래도 복권 한 장에 삶의 ‘희망’을 얹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남에 사는 황모(31)씨는 2006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다. 26세 때다. 총 상금은 19억원, 세금을 뺀 14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황씨는 부모님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친형의 사업자금에 4억원을 사용했다. 나머지는 도박과 유흥비에 쏟아부었다. 말 그대로 물 쓰듯 썼다. 10억원을 탕진하는 데 겨우 8개월이 걸렸다. 빈털터리가 됐다. 황씨는 2007년 5월 금은방에서 금품을 훔치다 붙잡혀 1년 동안 교도소 신세를 졌다. 절도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2008년 4월 출소해 교도소 동기와 함께 금은방을 털다 또다시 검거됐다.

복권 당첨자의 끝은 대체로 어둡다. 신세를 망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 5명 가운데 4명은 불행한 삶을 살게 됐다. 5명 중 3명은 이혼하고, 도박에 손을 댔다.

대체로 당첨자들은 직장을 그만뒀다. 경제 활동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때부터 마이너스(-) 인생으로 들어선다. 지출만 있지 수입은 없다. 평소 큰돈을 만져본 일이 없기에 씀씀이를 자제하지 못한 채 무턱 대고 돈을 쓰는 게 일반적이라는 게 복권을 취급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부담스러운 주변 시선은 인간관계를 단절시킨다. 돈을 가졌지만 삶은 무미건조해진다. 견디기 힘든 협박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1997년 미국에서 복권 당첨으로 265억원을 벌었다가 파산한 재미교포 이옥자씨의 사례는 또 하나의 본보기다. 8년 뒤 텅 빈 원룸에서 정부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당첨 이후 ‘돈을 달라’, ‘안 주면 자살하겠다’ 등 온갖 협박 편지를 받았고 금융권에서도 귀찮게 투자를 권유해 왔다.”면서 “친구를 잃은 게 아쉽지만 무일푼이 마음이 더 편하고 삶도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권 당첨의 폐해가 많이 알려진 때문인지 당첨에 대처하는 자세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말마따나 인생을 거는 사례가 드물다. “복권에 당첨돼도 직장생활을 이어가겠다.”거나 “당첨금 이자로 살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첨금을 매월 일정하게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연금복권의 인기를 이 같은 변화의 하나로 보고 있다. 물론 당첨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다. 당첨되면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를 일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주로 사는 복권은 당첨의 환상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1-11-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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