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장·수능 이모저모

고사장·수능 이모저모

입력 2011-11-11 00:00
수정 2011-11-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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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응원·긴급 수송… 외국언론 취재 열기, 전남 해남서 수능 마친 고3수험생 투신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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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모정  2012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치러진 10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서울여고 수험장으로 딸을 들여 보낸 한 어머니가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간절한 모정
2012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치러진 10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서울여고 수험장으로 딸을 들여 보낸 한 어머니가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0일은 전국적으로 포근한 날씨를 보여 수험생들은 대부분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일부 수험생들은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시험을 치르는 등 이색 풍경이 연출됐다. 고사장 앞에서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과 새벽부터 진을 친 후배들의 열띤 응원이 펼쳐졌다.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에는 새벽부터 환일고, 용산고, 장충고 재학생 등 100여명이 모여 선배들을 응원했다. 환일고 1학년 이한솔(16)군은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새벽 1시에 나왔다.”면서 “선배들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여고 시험장 앞에는 ‘수능 대박 뿌잉뿌잉’, ‘나는 12학번이다’ 등 최신 유행어를 패러디한 응원 현수막이 나붙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가슴을 졸이며 자녀들을 기다렸다. 수험생 입실이 끝나 교문이 닫힌 뒤에도 담장 너머 교정에 시선을 고정했다. 중앙고 앞에서 만난 김선(49·여)씨는 “아들이 중이염 때문에 귀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면서 “실수 없이 차분하게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이름이 같아 고사장을 잘못 찾은 학생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인창고에서 시험을 치러야 할 한 남학생이 경기 구리 인창고로 착각해 잘못 찾아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학교 측은 이 학생을 위해 별도 시험실을 마련하고 시험지를 긴급 공수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서 아슬아슬한 수험생 ‘수송 작전’이 펼쳐졌다. 경기 고양시 화정지구대 경찰은 할머니상을 당해 가족들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지체장애인 학생을 시험장으로 긴급 이송했으며, 부천에서는 오전 7시 40분쯤 원종동 사거리에서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추돌사고를 일으켰으나 다행히 수험생은 크게 다치지 않아 경찰차로 시험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늦잠을 자거나 교통이 막히는 바람에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한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신체장애를 딛고 수능에 도전한 수험생들도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배정한 서울 종로구 경운동 경운학교에서는 수험생들에게 침대를 배정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고, 점심도 학부모들과 먹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광주 남구 주월동 선명학교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온 시각장애 남학생 등이 모여 시험을 치렀다.

외국 언론들은 한국 입시의 이색적인 모습을 앞다퉈 취재했다. 중국의 신화통신과 일본의 아사히TV, 카타르 민영 방송사 알자지라 기자들이 이날 시험장을 찾아 한국의 독특한 수능일 풍경을 기사화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끼리끼리 모여 담배를 피우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에서 시험을 본 양재고 3학년 김서윤(18)양은 “시험이 끝나 후련하다.”면서 “일단 푹 잔 다음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기대보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 우울하다.”면서 귀가를 서둘렀다.

한편 전남 해남군의 한 아파트에서는 고3 수험생 A(19)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A군이 수능시험을 마치고 집 근처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신진호·김진아·김소라기자 sayho@seoul.co.kr

2011-11-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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