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자살..”업무과중” 유서

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자살..”업무과중” 유서

입력 2011-11-11 00:00
업데이트 2011-11-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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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관리사 처우개선 요구, 발인 무기한 연기

지난 8일 경주의 한 모텔에서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의 한 마필관리사가 과도한 업무량 등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관리사는 유서에서 과도한 업무량으로 다쳐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해고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는 등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11일 경찰과 경마공원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30분께 경주 보문단지의 한 모텔에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로 7년을 일해온 박모(34)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앞선 5일 오전 마방 숙소에서 업무지시 과정에서 언쟁을 벌이다 후임 마필관리사를 때려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가 됐고 이후 마방을 나와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경찰은 당시 모텔방에서 박씨의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에서 박씨는 “지난 2004년 입사해 한달에 최대 12번 밤샘 숙직을 서고 말을 타다 떨어져 골절과 뇌진탕을 당해도 해고의 위험 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못받는 등 열악한 근무여건 속에서 일해왔다”고 호소한뒤 “사생활이 전혀 없고 교도소에서 사역하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또한 “조교사들의 담합으로 마방 이동이 불가능하는 등 관리사들이 피해를 보고 경마공원도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해왔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3월 유일한 여성기수였던 고 박진희씨가 기수생활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년도 안돼 마필관리사가 자살하자 부산경남경마공원 측은 당혹해하고 있다.

경마공원 한 관계자는 “마필관리사는 한국마사회가 직접 고용하는 관계가 아닌 조교사가 직접 채용하고 관리하는 노동자인데 경마공원이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박 관리사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폭행 사건의 합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 노조 관계자는 “(사)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를 채용하는 시스템인 서울과 달리 부산은 직접 고용체계여서 관리사들이 조교사의 업무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7마리의 경주마를 불과 3명이 관리하는 열악한 현실에서 이 같은 일은 예견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마업계는 마사회가 미국경마의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고용관계에서 가장 종속적인 위치에 있는 마필관리사들이 더욱 열악한 노동현실과 임금체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씨의 유가족은 경남 장유의 한 병원에 빈소를 차린 뒤 마필관리사의 처우개선 없이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발인 날짜를 무기한 연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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