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비망록’ 시한폭탄 되나?

‘이국철 비망록’ 시한폭탄 되나?

입력 2011-11-19 00:00
수정 2011-11-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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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스님 “누구와 연락하면 폭로 안할 건가” 이회장, 靑인사 4명 이름 적힌 쪽지 건네

“권력을 이용한 군사정권에서도 없었을 온갖 형태의 일들이 벌어졌다. 구속되면 언론에 모두 공개하겠다. 비망록이 다 밝혀지면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다.”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은 지난달 9일 이후 지난 17일 새벽 구속 수감되기 전까지 무려 5차례에 걸쳐 “구속됐을 경우 비망록 5권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덧붙인 ‘엄포’다. 그러나 예고된 대로 공개한 첫 비망록에 담긴 “정권 실세 60억원 전달”과 “폭로 중단 회유”라는 주장은 검찰뿐만 아니라 정치권, 경제계에도 만만찮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檢, 비망록 여론추이·파장 예의주시

검찰은 이 회장의 비망록 내용과 관련, “자기들끼리 주고받은 녹취록일 뿐”이라거나 “사후 기억에 의존해 쓴 비망록을 증거로 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절하 하면서도 여론의 추이 및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개된 비망록에는 이 회장의 폭로 중단을 회유하고 일종의 협상을 담은 A스님의 구체적인 발언이 들어 있다. A스님은 이 회장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정부 안에서는 SLS 사건의 뚜껑을 열 수 없다. 더 이상 폭로와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적혀 있다. 이 회장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맞서자 A스님은 “청와대 누구와 연락하면 되나.”라고 제안했고, 이 회장이 청와대 인사 4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전달했다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이후 A스님은 이 회장의 부인에게 “(청와대 인사에게) 글을 팩스로 넣어 주었다. 그쪽에서 받았다고 연락이 왔는데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는 대목도 비망록에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구명 로비 명목으로 60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렌터카 회사 대영로직스의 대표 문모(42)씨와 관련해 A스님이 “이 회장이 문 사장에게 돈을 준 것은 100%이지만 B의원이 99% 안 받았다. 중간에서 누가 먹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분도 들어 있다.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녹취록에 언급된 60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A스님은 18일 기자와 만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폭로를 만류한 것일 뿐 청와대 사람을 만나서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면서 “허위 보도를 한 인터넷 언론사 두 곳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3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도 제기했다.”고 말했다.

●A스님 “인터넷언론사 상대 35억대 손배소 제기”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18일 대영로직스 대표 문씨에 대해 강제집행면탈 공범 및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씨는 이 회장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현금 60억원을 받아 챙기고 SLS그룹 계열사의 120억원대 선박을 빼돌리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문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회장이 회사 재산을 빼돌리려 한 것이며, 모두 이 회장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1-11-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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