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0만~300만원 일자리… 환상을 깨라”

“월급 200만~300만원 일자리… 환상을 깨라”

입력 2013-05-16 00:00
업데이트 2013-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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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전도사’ 권도경 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의 취업 비결

“매달 200만~300만원을 받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란 수도권 명문대 학생들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환상을 확실하게 깨는 것, 취업 지도의 첫 단계는 학생들의 눈높이를 낮추는 것에서 시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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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경 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권도경 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세명대 한국어문학과에 임용된 권도경(40·여) 교수의 별명은 ‘취업 전도사’다. 채 반 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문화콘텐츠 및 보안회사인 ‘이노스텍’에 매년 이 학과 졸업생 5명의 채용을 보장받았고 2명은 스토리텔링 회사와 게임회사에 취업시켰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인 ‘넥슨’과도 졸업생의 정기적 채용이 확정 단계에 있다. 학과생 40명 중 진학을 원하는 졸업생을 제외하면 상반기 중 대부분 취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세명대에서의 성과는 권 교수 이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화여대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권 교수는 2002년부터 이대, 단국대, 선문대, 동의대 등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다 2010년 대전대에 자리를 잡았다. 권 교수는 “취업을 책임져 준 학생들이 4대보험이 되는 유급 인턴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모두 287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이 고착화된 시대에 각 대학이 앞다퉈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어’ 전공 졸업생을 권 교수는 어떻게 기업에 ‘팔고’ 있는 것일까.

권 교수는 15일 “취업도 대학교수의 의무이자 교육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교육이 졸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졸업생을 보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제대로 써먹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교수의 일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사람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다. 그는 “네트워크를 혼자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전공을 활용할 수 있을 법한 회사라면 어디든지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 접촉한다. 매일 10곳 이상의 기업에 전화하는 것이 이제 일과가 됐다. 특히 권 교수는 학생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공모전’을 주로 활용한다. 이대 강사 시절부터 현재까지 권 교수의 제자들이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한 횟수는 500회가 넘는다. 권 교수는 “공모전은 학생이 기업에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취업을 위해서는 세밀한 작업이 진행된다. 학생이 원하는 방향을 설정한 뒤 취업이 가능한 회사에 대한 보고서를 쓰게 한다. 이를 회사에 제안하고 거부당하면 다시 고쳐 제안하기를 반복한다. 그는 “학생들이 하기 싫다고, 어렵다고 포기하면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다른 길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너희들은 10년 동안 도전해도 나보다 여전히 10년 젊다’고 달랜다”면서 “잔소리를 하면서 같이 씨름하다 보니 애들이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교수가 권 교수처럼 학생들의 취업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측의 취업 장려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교수도 종종 있다. 현재 교육부는 대학평가에 취업률을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 재정지표 등 개선이 쉽지 않은 다른 지표들보다 단시일에 끌어올릴 수 있는 취업률에 대학들이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별 학생 취업 실적을 전광판에 게시하거나 비정규직 교수들이 원로 교수에게 자신의 실적을 상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권 교수는 “연구와 교육을 잘하는 것이 교수의 본분이라면 사회적 인맥이 쌓일 수밖에 없는 훌륭한 교수는 취업도 잘 시킬 수 있다”면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열심히 살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학생들이 결코 따라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3-05-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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