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붐 타고 한국 온 필리핀 보모 ‘먹튀’ 기승

영어붐 타고 한국 온 필리핀 보모 ‘먹튀’ 기승

입력 2013-09-10 00:00
업데이트 2013-09-1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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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 대신 고용 유행

서울 목동에 사는 이모(35·여)씨는 지난 5월 필리핀인 보모 C(24·여)를 어렵게 구했다. C는 집안일도 하지만 주로 아이들의 영어 공부를 돕는다. 두 아이의 엄마인 이씨는 “월~금요일 오후 근무에 150만원이라는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영어 교육용이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면서 “처음엔 걱정했지만 필리핀인 보모가 들어온 이후 아이들이 영어에 더 많은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대학생과 중국 동포 일색이던 국내 보모업계에서 필리핀인 보모가 갈수록 각광받고 있다. 최근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필리핀인 보모 고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비행기표까지 구입해 현지에서 직접 보모를 데려오는가 하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엄마끼리 보모 리스트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일정 수수료를 받고 필리핀인 보모를 연결해 주는 중개인도 덩달아 성황이다. 그러나 검증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사기를 당하는 등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어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관련 커뮤니티와 중개인 등에 따르면 필리핀인 보모의 품삯은 보통 주말을 빼고 아이 2명 기준에 150만~180만원이 시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말을 끼거나 아이 수가 많으면 추가로 더 지급해야 한다. 지방에서는 아예 입주형 돌보미가 인기다.

집에 상주하면서 간단한 집안일을 하는 것은 물론 24시간 아이를 돌본다. 대부분 한국말을 못 하는 데다 비용도 대학생이나 중국 동포 보모보다 비싸지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선금만 받고 아예 입국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북 익산에 사는 A(36·여)씨는 최근 유치원에 다닐 두 자녀를 돌볼 보모를 구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 입국장에 나타나야 할 보모가 선금과 비행기표를 받고 나서 종적을 감춘 것이다. 시설이 낙후된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게 미안해 필리핀인 보모를 붙여 줘야겠다고 결심했던 그는 괘씸한 마음에 며칠 잠을 설쳤다고 했다.

A씨는 “4년제 대학 출신인 데다 비교적 싼 가격에 주말에도 일하겠다는 말을 듣고 (필리핀인 보모에게) 한국행 비행기표까지 끊어 줬지만 사기였다”고 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공사에 확인한 A씨는 “비행기표가 사용된 것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행위에 해당되지만 국제 공조 대상이 아니라서 실질적으로 수사하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개인이 더 꼼꼼하게 따져 보고 고용 계약서도 잘 작성해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3-09-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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