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잘되는 쌀 개발’ 농진청 생물소재공학과 김영미 박사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된 쌀을 널리 보급해 영양 섭취에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 국민들을 돕고 싶습니다.”김영미 농진청 생물소재공학과 박사
농촌진흥청 생물소재공학과의 김영미(51) 박사는 최근 쌀 생산 연구에서 중요한 개가를 올렸다. 쌀이 함유한 단백질 중 소화가 잘 안 되는 ‘프롤라민’을 유전적으로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결과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을 상대적으로 많이 함유한 단백질인 ‘글루텔린’의 비중을 높인 쌀을 만들어냈다.
라이신은 몸에 꼭 필요하지만 체내에서 합성이 안 된다. 새로 개발된 쌀에서 단백질 내 ‘라이신’의 함량은 28% 증가했다.
쌀에는 80%의 탄수화물 외에 7%가량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이 단백질은 크게 프롤라민, 글루텔린, 글로블린으로 나뉜다. 김 박사는 유전자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쌀의 단백질 중 프롤라민 유전자만 발현이 안 되게 했다. 그러자 이 빈자리를 글루텔린이 차지하면서 늘어났다. 프롤라민은 먹어도 체내 흡수가 안 된다.
라이신 등 필수 아미노산은 식품으로 꼭 섭취해야 한다. 필수 아미노산이 많을수록 양질의 단백질이 된다. 김 박사는 “고기에도 필수 아미노산이 많지만,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고기를 통해 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섭취할 여력이 없다”면서 “결국 쌀로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지난 4월 이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 기술은 향후 유전자변형작물(GMO) 안전성 평가 절차 등을 거쳐 5~6년 뒤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번 기술은 쌀에 비타민, 항산화 성분 등 다른 영양소를 첨가하는 ‘기능성 쌀’ 생산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농진청은 기능성 쌀 개발로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를 연간 85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우리 쌀 전체 시장 규모인 8조 5000억원의 10% 수준이다.
김 박사의 다음 목표는 쌀에 함유된 글로블린을 없애는 것이다. 글로블린은 일부 아토피 질환을 가진 이들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또 과자나 빵 등의 주재료로 쌀보다 밀이 많이 사용되는데 밀과 쌀의 단백질을 비교해 쌀을 개량하는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 박사는 “앞으로는 밥을 먹으면서 여러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다양한 영양 성분이 함유된 기능성 쌀을 생산해 팔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한 쌀 시장 개방에도 대비하고 우리 쌀의 해외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3-10-01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