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음주 경운기’… 처벌할 법이 없다

죽음의 ‘음주 경운기’… 처벌할 법이 없다

입력 2013-11-02 00:00
업데이트 2013-11-0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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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사고 4명 중 1명 사망

지난달 16일 경기 가평군에서 논일을 마치고 술을 한 잔 걸친 채 경운기를 운전하던 A씨는 그만 클러치 작동을 잘못해 둑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 사고는 경찰청 교통사고로 집계됐지만 A씨의 음주 운전 행위는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다. 경운기는 도로교통법이 정한 ‘자동차’가 아니라 농업기계화촉진법에 따른 ‘농업기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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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경운기를 포함한 농기계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치사율도 25%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면허증 제도가 없는 데다 음주 운전을 처벌할 법적 근거도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기계 교통사고 치사율이 2011년 11.9%, 2012년 20.4%, 올해(1~6월) 25.3% 등 3년 사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이를 막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6월 농기계 교통사고는 190건이 발생해 이 가운데 48명이 숨지고(치사율 25.3%) 186명이 다쳤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2.3%)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수확철인 10~11월에 농기계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교통사고 건수와 치사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교통사고 407건이 발생해 83명의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교통사고 건수는 2011년(379건·사망자 45명)보다 7.4% 증가했지만 사망자 수는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음주 운전이나 운전 미숙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이를 처벌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과 일선 경찰서는 사고를 줄이기 위한 홍보와 함께 농민들에게 농기계에 야광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경운기는 도로에서 운행할 수 없다”면서 “경운기를 도로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하지만 농민들 반발 때문에 이를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때문에 홍보나 교육을 통해 계도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도 농민 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쉽사리 규제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농기계 사용을 촉진하는 농업기계화촉진법만 있기 때문에 농기계의 도로 진입을 규제하려면 별도의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음주단속이나 면허제도를 도입하면 자칫 농업 전반에 대한 규제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김철민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농기계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높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도로에서 농기계 운전을 규정으로 금지한 일본은 농기계 교통사고가 점점 줄고 있어 우리도 참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3-11-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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