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중 쓰러진 아들 3년째…달라진 것 없어”

“현장실습 중 쓰러진 아들 3년째…달라진 것 없어”

입력 2014-02-24 00:00
수정 2014-02-2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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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사고, 현장실습제도 변했지만 뇌출혈 고교생은 무관심 속 투병법원, 고교실습생 상여금 지급명령 취소 판결

“아들은 2년 넘게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선 다 잊혀졌겠지요. 환자나 보호자의 고통을 누가 알아줄까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김모(당시 18·고3)군의 아버지(52)는 야박한 세태가 원망스러운 듯 힘들게 말을 이어갔다.

김군은 2011년 8월 말부터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며 도장작업, 재연마 작업 등을 하다가 같은해 12월 17일 퇴근 후 뇌출혈로 쓰러졌다.

근로기준법상 미성년 실습생의 최대 근무 시간은 주 46시간이지만 김군은 당시 주말 특근과 2교대 야간 근무에 투입돼 주당 최대 58시간을 근무했다.

아들이 곧 의식을 회복해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아버지김씨는 사고 이후 기아차 근로현장과 현장실습생 제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정작 아들의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2012년 5월 사측과 합의를 마친 이후에는 회사는 물론 아들을 위해 나서줄 것 같았던 노동조합에서도 찾아오거나 근황을 물어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당시 기아자동차가 아들 등 현장실습생에게 미지급한 상여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며 노동조합 측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데 대해 최근 법원이 기아차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내린 사실에 대해서도 전해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인 2012년 1월 고용노동부는 기아차 광주공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임금체불, 근로시간 위반, 연소자 미인가, 산업안전법 위반 등 82건을 적발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기아차 노조의 차별 시정 진정을 받아들여 김 군 등 2011년 8월부터 6개월간 기간제 근로자로 일한 현장실습생 51명에게 상여금 2억3천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기아차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개정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일이므로 차별 당사자인 학생이 아닌 노조가 진정을 낸 것은 무효라는 기아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2년 8월에 개정된 기간제법은 노조 등 외부인의 진정 등으로 차별적 대우를 알게 된 고용노동부가 직권으로 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요청할 수 있지만 기존에는 차별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 했다.

기아차는 2012년부터 고교 현장실습생 제도를 폐지하고 전문대학 등을 중심으로 연수생을 선발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2년 12월 지속적인 연장근무 등이 뇌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김군의 사고를 산업재해로 승인했다.

김씨는 24일 “공단에서 병원 치료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가족 중 누군가가 늘 병원에 상주해야 하고 매일 기대와 절망 속에 줄타기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서 “사고가 났을 때만 관심이 쏠렸는데 정작 가족과 환자에게는 장기간 치료에 따른 심리상담·법률 자문 지원 등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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