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의혹 홍성 공무원 자살…경찰 수사 ‘박차’

뇌물수수 의혹 홍성 공무원 자살…경찰 수사 ‘박차’

입력 2014-02-24 00:00
수정 2014-02-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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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2009년 악몽 재현되나’ 전전긍긍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 과정에서 뇌물수수 의혹을 받아 온 충남 홍성군 공무원이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의혹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9년 물품 구입을 가장해 예산을 유용한 혐의로 108명의 공무원이 적발된 전례가 있는 홍성군 공직사회는 경찰 수사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보령시 청소면 오서산 등산로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모씨는 2012년 일부 마무리된 광천읍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 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네받은 의혹을 사 경찰의 내사 대상에 올라 있다.

’광천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은 비가림 시설인 아케이드(지주식 천막)를 설치하고 노후 한 전기 및 가스시설을 교체하는 사업으로 지난 3년 동안 모두 45억3천400만원이 투입됐다.

세부 사업 가운데 문제가 불거진 분야는 ‘아케이드 설치 공사’이다.

2011년 A 업체가 9억492만원에 낙찰받아 진행했고, 2012년 공사는 B 업체가 8억129만원에 수주했다. 지난해는 다시 A 업체가 낙찰받아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제보를 접한 경찰은 정보 수집 및 참고인 조사 등의 절차를 진행해 왔다.

박씨는 지난 12일 ‘나는 억울하다, 뒷일을 잘 부탁한다’는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기고 잠적했고, 그와 함께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공무원은 박씨가 잠적하기 전날 경찰에 불려가 12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을 향해 조여오는 경찰 수사망에 부담을 느껴 잠적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결국 박씨는 잠적 12일 만에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긴 또 다른 유서와 사건 관련 단서가 저장된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남겨 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USB 내 문서에 등장하는 다수 인물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소환대상을 고위층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공직사회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2009년 사무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예산을 유용한 혐의로 군 공직자 108명이 적발된 사례가 있어 또 한번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시 대전지검 홍성지청은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예산을 빼돌린 홍성군청 직원 108명과 이들에게 물품을 납품한 것처럼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부해준 사무용품 업체 대표 등 모두 109명을 적발, 이중 빼돌린 금액이 많은 6급 직원 손모(당시 44)씨 등 2명을 사기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수사결과 이들 공무원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납품업자와 공모해 허위 서류를 제출, 군청 재무과 경리담당자가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한 뒤 업체로부터 세금 등 명목으로 20∼25%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되돌려받았다.

2005년 이후 홍성군청 직원들이 이런 수법으로 빼돌린 예산이 무려 7억여원에 달했다.

고액을 빼돌린 공무원 중 일부는 고급 룸살롱에서 1천만원이 넘는 술값을 결제하거나 수백만원대의 신용카드 대금을 내는 데 사용하는 등 지자체 공무원들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2009년 소위 ‘108 번뇌’ 사건 이후 공직사회 내부에서 자발적인 자정 노력을 기울여 청렴도가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며 “4년여 만에 또 이런 일이 터져 난감하다, 소문과 다른 결과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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